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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Jul 19. 2020

100개의 라면, 200개의 마스크

불안과 물건 쟁이기

처음 코로나가 터지고 식량 쟁이기에 대한 조급증과 불안이 생겼다. 주변에 누군가가 지금 전쟁 전야라고 했다. 사람들이 물건을 쟁일 거고 가격은 폭등할 거라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굉장히 지나친 불안과 염려였지만 그때는 우리나라 기업의 직원들이 동남아시아에 입국 거부를 당할 때라 그리 무리한 걱정은 아니었다.  


가족이 여섯 명이니 두려움이 엄습했다. 대구에 코로나 상황이 심각했을 때도 라면이나 마스크를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몇 번을 고민했으나 '일단 우리 가족 살고 보자!' 이런 이기적인 생각이 이타적인 마음을 이겨버렸다. 


세계 경제 돌아가는 모양이 심상치가 않았다. 식량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동나면 어떡하지? 빵이라도 구워 먹으려고 밀가루까지 쟁였다. 그때 사들인 짜장 라면이 50개, 그냥 라면이 50개, 총 100개다. 여섯 명이 한 번 라면 먹으면 일곱 개가 소비되니 그렇게 과한 쟁이기는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싶다. 먹어봤자 열네 번이면 없어지니까 일주일에 한 번 먹는다는 가정하에 유통기한을 감안하고서라도 당시로서는 충분히 지당한 결정이었다. 


마스크도 매주 약국에 사러 나갔다. 가을과 겨울에는 한 번 더 크게 코로나가 유행할 거라는데 도대체 몇 개까지 마스크를 쟁여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집에 마스크 재고 조사 한 번 해야 한다. 세보지는 않았지만 얼추 200개는 있을 거다. 최근 공적 마스크가 끝물에 오면서 한 사람당 10개씩 구매 가능할 때 한 번 여섯 명의 마스크를 쟁이니 60개를 한 번에 살 수 있었다. 


뭐 잘 말려 써도 괜찮다는데 여름이라 땀을 많이 흘리니 말려 쓰기도 기분이 찝찝하다. 요즘은 미세먼지가 나쁜 날 빼고는 일회용 마스크를 가족 모두 하루 끼고 저녁에 버린다. 씁쓸하다. 이게 다 인류의 쓰레기라니. 이제 마스크는 피할 수 없는 생활필수품인 건지. 아이가 넷이라 구별하기도 쉽지 않아 마스크에 네임펜으로 각자의 이름을 쓰기도 모자라 마스크 고리를 색깔별로 샀다. 외출할 때 아이들 목에 각자 걸어주는 시간이 있다. 이제는 외출 시 통과의례가 됐다. 네 명의 마스크를 네 개의 다른 색깔 목 고리에 끼우기. 


라면이 아직 몇 박스가 남긴 했다. 내 불안이 과도하긴 했다. 그런데 그땐 정말이지 어쩔 수 없었다. 아이가 넷, 그중 아들이 셋인데 이젠 정말 무섭게 먹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 굶게 될까 봐 불안했다. 


이제는 라면은 쟁이지 않지만 마스크는 정말 몇 개까지 사놓아야 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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