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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있는 위험

꿈을 방해하는 질병에 맞서

by 마음은 줄리어드

손목이 조금만 무리해도 다시 아프고 뚜렷한 차도가 없자 새로운 한의원을 물색해 찾았다. 일자목, 거북목 때문에 손목 통증이 있다는 새로운 진단을 받았다. 평소 바른 자세에 신경쓰지 않고 내 몸을 혹사시킨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멘붕이 왔다. 완치될 수 있을까? 회복해서 현악기를 다시 실컷 할 수 있을까? 일자목이라면 경추가 휜 건데 다시 잡을 수 있을까? 불안과 걱정이 종일 엄습했다.


또 다시 찾은 건 책이었다. 아픈 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희망적인 말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말을 찾았다.

피할 수 있는 다른 위험이 있는데, 바로 질병에 집착하게 되는 위험이다. (중략) 질병은 계속 매달리고 있을 만한 무엇이 아니다. (할 수 있다면) 그저 회복하면 된다. 그리고 회복의 가치는 새로 얻게 될 삶이 어떤 모습일지 얼마나 많이 알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중략) 만일 회복이 이상적으로 여겨진다면 계속 만성으로 남는 질병이나 죽음으로 결말나는 질병을 앓는 사람들의 경험에서 어떻게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답은 회복보다는 '새롭게 되기'에 초점을 맞추는 일인 듯싶다. 계속 아프다 해도, 심지어는 죽어간다 해도 질병 안에는 새롭게 될 기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봄날의책

손목 통증 덕분에 내가 거북목, 일자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손목 통증이 아니었더라면 재미있게 현악기를 연습하고 앞만 보며 내달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멈추었다. 그리고 삶을 다시 돌아보았다. 미친 듯이 연습하고 레슨 다니고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의 학습은 조금 빈틈이 생겼다. 다시 아이들 공부를 챙기고 밥상을 신경쓰게 됐다. 거북목, 일자목 사실을 알고 스트레칭과 바른 자세에 대해 알아간다. 남은 인생을 음악과 함께 더 잘 즐기기 위해 손목이 아팠는지 모르겠다. 손목이 아프지 않았다면 성악을 다시 도전해볼 꿈은 꾸지도 못했을 거다. 질병 안에서 의미를 찾고 나는 또 다른 새로운 내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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