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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Nov 04. 2019

스웨덴은 왜 상속세를 폐지했나

평등한 나라 스웨덴에 왜 상속세, 증여세, 부유세가 없을까

스웨덴은 강력한 조세제도와 이를 바탕으로 한 보편 복지를 통해 효과적인 부의 재분배를 이룬 나라로 알려져 있다. 소득 분위를 다이어그램으로 보면 마름모꼴이다. 중산층이 강하고, 엄청난 부자나 찢어지게 가난한 인구가 적어서다. 지니계수를 보아도 세전 0.434에서 세후 0.282로 떨어진다. 한국은 세전 0.406 세후 0.355다(2017년 OECD 통계). 보통 지니계수가 0.3 이하이면 매우 평등한 사회라고 본다. 세금을 통해 재분배하기 전 급여만 놓고 보면 스웨덴이 한국보다 격차가 더 큰 셈이다.


특이하게도 이런 스웨덴에 부유세와 상속세가 없다. 2004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2007년에는 부유세를 폐지했다. 그러니 한국도 부유세와 상속세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면 곤란하다. 스웨덴은 조세징수율이 98% 에 이르는 나라이고,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함께 조세포탈 국가 수위에 올랐던 국가다. 평소에 탈세 없이 세금 잘 냈다는 전제가 있어야 내밀어볼 수 있는 카드다. 한국 재벌의 조세회피부터 찾아 징수한 후 논의해 볼수 있을까. 국세청 조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매년 60조 원가량이 상속되는데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재산을 상속받은 274만 명 가운데 1.9%만이 상속세를 납부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계열사를 인수 합병하고 편법으로 주식을 증여하는 재벌의 사례가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풍토가 그렇다 보니 지난해 LG가에서 상속세로 9,000억 원을 5년에 나누어 납부하기로 하고, 오뚜기에서 1,500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한 일이 화제가 됐다.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자 상식인데도 말이다. 하긴, 삼성은 지금까지 16억냈다.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 비상장이었던 에버랜드와 삼성생명 주식 발행에 이어 몇 차례 사고팔기로 재산을 불리고 지주회사를 이용 기업 지배권을 확보하는 일명 전환사채를 통한 기업 승계 프로젝트 종잣돈 마련을 위해 이건희 회장이 60억을 증여하고 그중 16억 원을 세금으로 낸 것이 다였으니.


스웨덴은 왜 상속세를 폐지했을까?

스웨덴 같이 복지가 잘 되어 있고 소득 격차가 적은 사회라면 상속세가 무척 높을 것 같지만 뜻밖에 스웨덴은 상속세가 없다. 그럼 스웨덴은 상속세를 왜 폐지했을까? 상속세와 부유세가 스웨덴 전체 세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0.3% 수준, 가장 많이 걷혔을 때가 2%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중산층의 경우 이미 소득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또한 노후에도 연금으로 생활 임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부를 엄청나게 축적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집 한 채, 좀 더 여유가 있으면 요트 정도가 남기는 재산이다. 그렇다 보니 부모 사망 후 자식에게 살던 집을 상속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과거 스웨덴의 상속세는 최대 65%, 상속세는 현금으로 내야 하니 상속받은 재산을 바로 팔거나 빚을 내야 했다. 엄청난 상속을 받은 부유층의 경우만이 아니었다. 스웨덴도 지난 수십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올라 평소 상당한 여윳돈을 비축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이 상속세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집을 팔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중산층에서 상속세의 불합리에 대해 지적을 하고 나온 것이다. 보수 정권이 아닌 사민당 정권에서 상속세가 폐지된 이유다. 스웨덴이 소득격차는 적지만 자산격차가 큰 이유기도 하다.


또한 상장기업이 아닌 경우 주식을 상속했을 때 가치를 환산하기도 어렵다. 이 경우 기업이 세금을 피해 다른 나라로 자본을 옮기거나 경영권이 흔들리는 일도 발생한다. 실례로 스웨덴의 유명한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의 경우 창업주의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팔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주가가 폭락했고, 이후 경영난으로 이어져 결국 영국 제약회사 제네카에 합병되어 아스트라제네카가 되었다. 대표적인 스웨덴 기업으로 알려진 이케아 IKEA의 경우 일찍이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겼다. 이케아는 자산을 여러 재단에 분산해놓고 몇 가지 단계를 거쳐 소유하고 운영한다. 참조: 이케아는 내 거야, 영원히 


주변에 물어보니 한국 역시 비슷한 경우가 있다. 대기업은 이미 상속에 대한 계획을 짜 놓고 재산을 여러 곳으로 나눠 놓은 경우가 많지만, 상속에 대한 대비를 못한 중소기업은 상속세 납부로 경영권이 흔들린 경우가 제법 있다고 한다. 밀폐용기 락앤락이나 손톱깎이 명가인 777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과 경영권을 포기한 대표적 예다. (조세일보를 보니 상속 계획을 세워 미리미리 준비하면 된다고함)


발렌베리를 비롯해 스웨덴의 재벌은 대부분 개인이 아닌 재단을 통해 재산을 소유한다. 따라서 스웨덴 주식 시장 시가총액의 40%를 소유한 발렌베리 가문이라고 해도 개개인의 자산은 몇 백억 수준으로 한국의 재벌 2세에 비하면 약소하다.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재계의 문화를 만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속세는 내지 않지만(가문이 소규하고 있는 주식 등 대부분의 재산이 재단에 묶여있기 때문에 상속세를 낸다고 해도 개인이 내는 액수가 많지 않아 전체 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 부의 사회 환원에는 적극적이다. 발렌베리 재단은 대표적인 스웨덴의 연구지원 기금 후원자로 발렌베리 소유의 기업에서 발생한 수익 대부분이 재단으로 들어가고, 스웨덴의 기초과학과 사회과학 연구 다수가 발렌베리 재단 지원으로 이루어진다. 노벨상 연구 중에 발렌베리 재단의 연구기금을 안 받은 연구가 없다고 할 정도이며, 자연과학에 비해 연구기금이 부족한 인문사회학 연구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효과는 어떨까?

상속세는 없지만 스웨덴에는 자본이득세가 있다. 상속받은 재산 자체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지만 상속받을 재산을 처분하는 시점 즉 상속받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매각하는 시점에 발생하는 이익에 과세하는 것으로 양도소득세와 비슷한 개념이다. 경제가 일정 규모 이상 발전한 여러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2004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하자 부유세가 늘었다. 상속된 재산에 부유세를 메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자 부유세를 피하기 위해 자본도피가 일어났다. 유럽연합 안에 속한 스웨덴의 경우 해외로의 자본 이전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부의 유출과 투자 침체를 우려한 정부가 2007년 부유세를 폐지했다. 부유세 폐지는 보수당 정권이 추진했다. 하지만 부유세는 자본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 이후 스웨덴의 자본 유출은 더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의 국경이 허물어진 탓이다. 부의 유출을 막는 것은 해당 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드는 것 밖에 없다.


스웨덴 전체의 부가 늘었을지는 몰라도 스웨덴의 불평등은 증가했다. 발렌베리 같은 전통적 부자 이외에 신흥 갑부도 늘었다. 대부분이 벤처 CEO로 스웨덴의 부유층의 변화가 스웨덴의 산업 지형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 부분은 다음 주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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