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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May 11. 2017

소크라테스가 채식을 했다는 사실

도살장이 있는 한, 전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플라톤의 <국가Republic>에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제목만 보고 무거울 것이라 생각했다면 첫인상에 속았을 때의 경험을 생각해보자. 한 밤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너무 무섭게 생겨 겁에 질렸으나 이야기를 해보니 세상 순박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던 때 이후 이만한 반전이 없었다.  


인류에 대해 철학자 같은 통찰력을 지닌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말했다.

"도살장이 있는 한, 전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500년 전에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설명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소크라테스다.

<국가>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와 글라우콘의 대화를 보고 난 후 김밥에서 햄을 빼고 주문하기 시작했고, 카페라떼는 우유 대신 두유로 바꿨다. 두 사람의 대화를 재구성해 보았다.


2,500년 전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

소크라테스는 텃밭에서 재배한 배추 잎을 뜯어 위에 완두콩을 뿌린 샐러드를 한 접시 먹고 나와 산보를 하는 길이다. 마침 고기 부페 런치메뉴를 먹고 나와 배를 두드리며 앉아있는 클라우콘을 발견한 소크라테스,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글라우콘: 식사 하셨어요?

소크라테스: 샐러드를 한 그릇 먹었지요.

글라우콘: 에이 점심을 든든하게 먹어야지 샐러드로 되나요? 저는 고기 부페 다녀왔어요.

소크라테스: 나는 고기를 안먹어요.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육식이 인류를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글라우콘: 제가 지금 얼마나 배부르고 행복한데,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소크라테스: 도시는 단순해야 합니다. 아테네 시민이라면 곡물과 야채를 주식으로 삼고, 무화과와 밤을 디저트로 먹으며, 포도주를 적당히 마시면서 살면 평안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지요.

글라우콘: 야채랑 밤이요? 그건 돼지들이나 먹는 것 아닌가요? 인간이라면 요리를 먹어야지요. 미슐랭 스타 세 개짜리 퀴진은 아니더라도 긴 의자에 누워 세 종류의 고기로 만든 메인이 나오는 코스 요리 정도는 먹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 말만 들어도 염증이 생기는 것 같군요. 고기를 그렇게 먹으면 야채만 먹고 살 때보다 의사가 많이 필요할 것 같지요?

글라우콘: 그렇겠네요.

소크라테스: 메인 요리만 세 종류의 고기라니 온갖 종류의 동물이 끝도 없이 필요하겠군요.

글라우콘: 물론입니다.

소크라테스: 동물을 기르려면 땅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글라우콘: 그럴테지요.

소크라테스: 땅이 부족해도 고기를 줄이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땅을 빼앗아야 겠지요?

글라우콘: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소크라테스: 폭력이 전쟁이 되고 땅을 잃고 우는 사람이 많아지겠군요.

글라우콘: ...

소크라테스: 방탕함과 폭력과 질병이 발생하면 법원과 병원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전에는 누구도 맡지 않으려던 일이지만 수요가 늘면 권력이 되니 법률가와 의사는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다니게 되겠지요?

글라우콘: 설마 그런 날이 오겠습니까?

소크라테스: 이 모든 위험을 감수하며 동물을 먹어야 한다면 나는 차라리 채식을 하겠습니다.


이 슬픈 기시감은 무얼까?

2,500년 전, 구글도 빅데이터 분석기도 없이 가만히 앉아 고기를 먹는 일이 세상을 어지럽게 할 것을 예견한 소크라테스의 통찰력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하루다.


The quote, “As long as there are slaughterhouses, there will be battlefields” penned by Leo Tolstoy, is reinforced by another great mind in human history. Socrates was a vegetarian who taught that virtue was based on knowledge. He was indicted for impiety, as well as the corruption of youth and was condemned to death. He refused to flee and died by drinking hemlock in 399 BC.

This excerpt from Plato’s “Republic”, who was a pupil of Socrates and one of the only 2 sources we can look to for his actual teachings, is in line with Tolstoy’s argument. It is simple dialogue between Socrates and Gloucon:

Socrates: Would this habit of eating animals not require that we slaughter animals that we knew as individuals, and in whose eyes we could gaze and see ourselves reflected, only a few hours before our meal?

Glaucon: This habit would require that of us.

Socrates: Wouldn’t this [knowledge of our role in turning a being into a thing] hinder us in achieving happiness?

Glaucon: It could so hinder us in our quest for happiness.

Socrates: And, if we pursue this way of living, will we not have need to visit the doctor more often?

Glaucon: We would have such need.

Socrates: If we pursue our habit of eating animals, and if our neighbor follows a similar path, will we not have need to go to war against our neighbor to secure greater pasturage, because ours will not be enough to sustain us, and our neighbor will have a similar need to wage war on us for the same reason?

Glaucon: We would be so compelled.

Socrates: Would not these facts prevent us from achieving happiness, and therefore the conditions necessary to the building of a just society, if we pursue a desire to eat animals?

Glaucon: Yes, they would so prevent us.


북유럽연구소 소장 @북극여우 입니다.

노르웨이, 한국, 스웨덴에서 공부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다 뜻을 품고 유학길에 올라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교에서 지속 가능 발전을 전공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만학도로 없는 기력을 발휘해 재학 중 웁살라 대학교 대표로 세계 학생환경총회에 참가했으며 웁살라 지속 가능 발전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스웨덴에 있는 동안 모 일간지 북유럽 통신원으로 일했습니다. 현재 북유럽 관련 연구와 기고, 강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북유럽, 지속 가능성, 양극화, 사회 통합, 복지국가, 자살, 예술, 철학 etc. 저서로는『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 『북유럽 비즈니스 산책』,『지도자들』,『라곰』(번역)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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