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유럽연구소 Mar 24. 2020

W14_지난밤 스웨덴_집단면역으로 코로나를 이긴다?

전인구를 상대로 러시안룰렛? vs. 감염 속도를 늦추는 전략+한국평가

3월 22일 일요일 저녁 9시 15분,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의 대국민 담화 이후 스웨덴 안에서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야 종종 있는 일이지만 예정에 없던 총리의 대국민 담화는 스웨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뢰뷔옌 총리의 담화는 시작부터 비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사회를 시험하고 있다. 스웨덴에 감염이 퍼지고 있다. 우리의 삶, 건강 그리고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많은 이가 병에 걸리고 많은 이가 사랑하는 이에게 작별을 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사회 전체가 위기를 마주하고 스스로를, 서로를, 국가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요즘 스웨덴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인물인 안데쉬 테그넬 스웨덴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3월 15일 스웨덴의 일간지 스벤스카다그블라뎃(SvD)와의 인터뷰에서 집단 면역 공식이 거론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스웨덴이 집단감염 전략을 채택했다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의 전략은 최대한 감염을 늦춰 스웨덴의 의료 서비스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그 방식으로 볼 때 집단면역 전략과 상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스웨덴 집단감염 전략설, 어디서 나왔나

스웨덴이 집단감염 전략을 채택했다는 이야기는 사실 전 질병관리본부장에게서 나왔다.

스웨덴은 1월 말 최초 확진자가 나온 이후 별다른 증가 없이 진정되는 듯했으나 2월 말 스포츠 방학 이후 이탈리아에 다녀온 사람들 다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스웨덴의 코로나 환자는 하루가 다르게 증가했다. 3월 초 스웨덴 질병관리본부가 증상이 있는 다수를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하는 대신 샘플 검사로 감염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 이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차에 한국의 대처법에 대한 기사가 곳곳에 실렸고 여론이 분분해졌다.

매체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공중보건 전문가의 인터뷰를 실었는데 그중 아니카 린데 전 질병관리본부장이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은 되도록 빨리 소위 말하는 "집단 면역" 상태가 될 때까지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 것이다. 만약 스웨덴 인구의 60%가 감염이 되면 이후에는 감염이 더 이상 번지지 않을 것이라며 아예 도시를 봉쇄한 몇몇 나라보다 나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현재 스웨덴의 코로나19 상황을 볼 때 5월 말을 기점으로 안정되어 감염이 줄어들다가 가을에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사실 집단 면역은 전염병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집단면역은 집단 내의 다수가 면역을 가지고 있으면, 전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추게 된다는 공식으로 과거 한국의 질병관리본부 자료에도 나와있다. 

집단 구성원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지면 감염원이 유입되어도 집단 내에 크게 퍼지지 않아 일정 수준의 집단 면역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백신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데, 코로나19는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려 완치하는 경우의 수를 늘려 집단면역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노약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철저히 자가 격리를 하되 건강한 사람은 감염이 되더라도 잘 관리하면 1~2주 후 완치가 되니 진단과 치료도 증상이 있는 경우에 한해 진행한다고 한 것이다.  

http://www.cdc.go.kr/CDC/cms/content/mobile/90/77390_view.html



집단면역 전략, 영국과 네덜란드도

유럽에서는 영국과 네덜란드가 초기에 이 방식을 취했다가 사망자수가 크게 증가하자 여론의 뭇매를 맞고 방향을 수정했다...고 하는데 진짜 수정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스웨덴 정부가 샘플 검사를 하겠다고 한 이유는 장비 부족 때문이라고 본다. 2018년 스웨덴 총선에서 불거졌던 쟁점 중 하나가 스웨덴 의료서비스에 대한 것이었다. 의료진도 병상수도 부족할 뿐 아니라 소독약이며 의료 장갑 등 기본적 의료 장비도 부족해 몇몇 지역에서는 일괄적으로 수술을 연기하기도 했다. 스웨덴에서는 중병이나 응급 사고가 아닌 경우 의사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현실적으로 증상이 있는 모두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할 인력도, 장비도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스웨덴 정부의 결정은 가장 바람직한 결정이라기보다는 현실의 제약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봐야 한다.


총리의 연설문 마지막 부분은 굳이 왜 넣었나 싶을 정도인데, 이 구절 때문에 집단면역 전략을 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더 커졌다.


여러분은 물건을 사고, 도시락을 사서 지역 상권을 도와야 한다. 당신의 할머니를 방문하기보다는 매일 전화를 드려라. 이것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연대다.


실제로 스웨덴은 고등교육 기관은 원격 수업으로 대체하고 50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 요양원 등 노약자 시설과 가정의 방문 자제, 자택근무를 권고하면서도 이탈리아나 스페인, 프랑스와 달리 식당, 상점 등의 문을 닫지 않았다. 덴마크, 노르웨이는 일찌감치 휴교령을 내렸지만 스웨덴은 초등학교와 어린이집도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댓글 중에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경제를 살리는 것이 먼저인가"라는 구절이...기억에 남는다.



뢰벤 총리, 문 대통령에게 도움 요청

대국민 담화에 앞서 3월 20일 금요일, 뢰벤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며 한국의 대응에 대해 묻고 도움을 청했다. 스웨덴 주요 매체마다 이를 보도하며 한국의 대응 전략에 대해 분석기사를 내놨다.

IT 기술을 통한 정보공유, 여러 기관이 연수원 등을 격리 및 치료 시설로 제공, 드라이브 쓰루 검사,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빠른 입법, 질병관리본부의 객관적 대응 등을 코로나19 극복의 비결로 보고 있다.


스웨덴에서 가장 많이 보는 대중지 중 하나인 엑스프레센의 제목은 한국 사람이 보기에 너무...소위 말하는 국뽕이 아닌가 싶기는 한데.


강하다: 한국은 이렇게 감염을 멈췄다.

54일 만에, 대한민국은 코로나바이러스와의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스웨덴 언론의 톤을 보면 '여기는 이렇게 하는데 왜 우리 정부는 이렇게 안 하냐, 정부 무능하다' 이런 기사는 거의 없다. 대신 다른 나라의 상황을 최대한 자세하게 쓰거나 전문가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편이다. 주장보다는 사실과 정보에 충실하다.

댓글에는 "한국이 잘 대처하고 있다고 하면서 왜 한국과 반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대응이 아마추어 같다", "당장 학교 휴교하면 할머니한테 아이를 맡길 텐데 그러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감염되면 어떻게하냐" 등 정부 대응이 맞네 틀리네 갑론을박 중이다.

전문가들도 기고며 유튜브며 앞다투어 의견을 내고 있다. 그 중에 룬드 대학의 한 교수는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나간 실험을 하고 있다며 누가 죽을지 모르는 러시안룰렛에 빗댔다.


아무튼 스웨덴 언론에 대한민국이 또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렇게 자주 그리고 이렇게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 거 처음 봤다. 늘 북한에 밀렸었는데 ㅠ.ㅠ


————————-

지난밤 스웨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유튜브로도 보실 수 있어요! ;-)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https://youtu.be/t6xaYwUTZ8g


매거진의 이전글 W13. 지난밤 스웨덴_코로나 시기에 행복해지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