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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Apr 25. 2018

고흐의 "감자를 먹는 사람들"에 숨은 이야기

자고로 감자는 커피랑 찰떡궁합

빈센트 반 고흐 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색감, 현란한 붓자국. 

하지만 그의 초기작 <감자를 먹는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암울하다. 고흐가 무척 사랑한 작품이다. 스스로 이것이 그의 첫번째 작품이며 이전 것은 습작이라고 했을 만큼 애정을 드러냈다. 화가로서 고흐의 시작이 이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스테르담 고흐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직접 보았다. 캔버스에 그리기 전 각 인문의 손, 얼굴, 실루엣까지 몇차례나 정교한 스케치를 하며 고흐가 각별한 정성을 기울인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흐는 그림을 완성한 후 친구와 동생에게 들뜬 감정을 담은 편지를 보내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무척 박한 평가를 받았다.

Vincent van Gogh 1885Type Oil on canvasDimensions 82×114 cm V.G. Museum, Amsterdam


 

그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 보면

1885.4.30 
네 생일을 맞아, 늘 건강하고 마음에 평화가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오늘에 맞춰 유화<감자를 먹는 사람들>을 보내고 싶었는데 작업이 잘 진행되긴 하지만 완성하지는 못했다.(...)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당시 이 그림에 대한 평론가의 해석을 보면 뭉툭한 코의 사람들은 캐리커쳐 같고 주변은 너무 어둡고 붓의 터치가 둔탁하고...한편 당시 농부의 삶의 생생히 보여주며, 고단한 노동을 마친 농부 가족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노동의 신성함을 말했네 어쩌네 하는 소수의견이 있었지만 구성과 기술에 있어서 아직 미흡한 점이 보인다는 등등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제목에 가려 놓치는 장면이 있으니! 

희미한 조명이 비추는 감자 쟁반 옆에서 아낙이 잔 가득 따르고 있는 검은 물...커피. 


이 그림이 그려진 때가 1885년이다. 디카프리오의 영화 때문에 왠지 잘생겼을 것 같은 프랑스 시인 랭보(실제 사진 보고 깜짝 놀람. 디카프리오보다 더 잘생김! 뭐 이런 경우가...싶었..)가 커피 무역상의 자격으로, 동시에 백인 최초로 에티오피아에 들어갔다온 보고서를 발표한 해가 1884년이다. 그렇다면 그 무렵 커피는 대중화 이전 단계, 어쩌면 귀족의 음료가 아니었을까. 도시도 아닌 시골 변두리, 끼니를 감자로 해결하는 농부 가족이 잔마다 커피를 가득 따라 마시기는 아직 이르지 않았까 싶다. 봄날의 햇빛으로 낭만주의자 감성을 좀 충전하고 본다면 고흐는 자신의 그림을 빌어 고된 일을 마친 농부 가족에게 커피를 선물한 게 아니었을까.


 뭐...아님 말고.


북유럽연구소 소장 @북극여우 입니다.

노르웨이, 한국, 스웨덴에서 공부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다 뜻을 품고 유학길에 올라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교에서 지속 가능 발전을 전공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만학도로 없는 기력을 발휘해 재학 중 웁살라 대학교 대표로 세계 학생환경총회에 참가했으며 웁살라 지속 가능 발전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스웨덴에 있는 동안 모 일간지 북유럽 통신원으로 일했습니다. 현재 북유럽 관련 연구와 기고, 강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북유럽, 지속 가능성, 양극화, 사회 통합, 복지국가, 자살, 예술, 철학 etc. 저서로는『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 『북유럽 비즈니스 산책』,『지도자들』,『라곰』(번역)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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