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낙서
말이 나를 할퀸다.
참 길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다.
전해지고 전해져, 거치고 또 거쳐,
시정잡배들 틈을 돌고 돌아온 거짓들에도 쉬이 생채기가 남는 내 무른 마음이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어떤 의도된 계산으로
또는 스스로조차 모르는 무의식으로 내뱉은 그 한 마디에 결국은 산산조각 나고 만다.
한껏 연약해져 있던 내가 무방비로 찢어지고 만다.
벼랑 끝을 아슬히 내딛던 걸음이
손쓸 새 없이 추락하고 만다.
속절없이 무너질 밖에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차라리 불에 데었더라면
뾰족한 칼에 찔렸더라면
얼마만치 벌어진 상처인지 볼 수라도 있었을 텐데
날선 말이 남긴 상흔은 마음에 남아
아물었는지 낫는 중인건지
아직도 피흘리고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이러다 말겠지,
나는 되뇌이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애써 잠을 청할 밖에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