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Customer Experience) Specialist를 향해서
CS/CX를 하면서 느낀 것을 고객은 상품페이지를 안 본다는 것이다. 물론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때 실패를 줄이기 위해 상품페이지, 유의사항, 약관 등을 꼼꼼하게 읽는 현명한 고객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 또한 상품페이지를 잘 안 볼 때가 있다. 얼마 전에 운동할 때 입을 기모 트레이닝복 셋업을 샀다. 문제는 나는 기모로 된 트레이닝복을 살 생각이 없었다. 그저 내가 상품페이지에 떡하니 적혀있는 [기모]라는 글자를 안 보고 구매해서 기모 트레이닝복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이거 기모였어?', '이제 봄인데 웬 기모?' 이런 말을 하며 나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탓했다.
작년에 회사에서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그 제품의 특이점은 특정 부분에 보호필름이 붙어서 나간다는 거였다. 핸드폰이나 노트북처럼 말이다. 물론 상품페이지에도 해당 내용은 적혀있었다. 그런데 출시 후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이 컴플레인을 하기 시작했다. 제품에 이상한 게 묻어서 왔다는 거다. 어떤 게 묻어서 왔는지 확인해보니 보호필름이었다. 단순한 투명이나 파란색 보호필름이 아니라 글자나 이미지 같은 게 같이 있어서 미처 보호필름인지 인지를 못한 고객들이 불량인 줄 알고 문의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품페이지에 정보를 잘 써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잘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잘 보이게 했을까? 해당 상품에만 같이 동봉되는 쿠폰에 보호필름 이미지와 설명을 넣자고 제안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더 이상 관련 문의를 하는 고객이 없었다. 컴플레인이 제로(zero)가 된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가능한 많은 정보를 상품페이지에 넣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무조건 상품페이지에 정보를 다 때려 넣는 것이 좋을까? 정보를 그냥 때려 넣기만 한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페이지에 기재하기만 하면 다냐?'라고 말하는 고객의 컴플레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에게 잘 보이게 상품페이지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필요한 내용일 경우 가능하면 강제적으로라도 보게끔 해야 한다. 마우스 포인터를 특정 위치에 올려놓았을 때 관련 정보가 노출되는 식으로 말이다.
예를 들어, 애플 공식 사이트는 상품을 구매할 때 옵션을 순서대로 선택해야지만 장바구니에 상품 담기가 가능하다. 그러니 고객은 반드시 옵션을 확인해야만 하고, 비활성화되어있던 것이 활성화가 되니 눈에 더 잘 들어오게 된다. 옵션에 따라 고객이 문의할 법한 내용도 눈에 띄되 애플답게 깔끔히 구성해 놓았다.
그래서 나는 CX와 UX는 떼려야 뗄 수 없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만 하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CX가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pain point)을 파악한다면 UX는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개선해준다. CX가 고객의 구매패턴을 파악해 업셀링(Up-seling), 크로스셀링(Cross-seling) 전략을 짠다면 UX는 그것을 시각화해준다. 애플의 "꼭 필요한 것부터 알아두면 좋은 것까지", "몇 가지 제안" 등이 그 예다. 이미지와 맞게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잘 구축된 UX라고 생각된다.
CX는 UX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직군의 업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쉽진 않지만 다양한 직군의 능력 있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나한테 도움이 되고 즐거운 일임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