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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사람 Oct 31. 2019

괴물

언젠가 끝나는 이야기





분명 나를 괴롭히고 햇빛이 두려워지게 한 괴물들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그 괴물들을 미워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그들도 사람임을 이해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괴물들을 이해하기 위해 내 자신이 이상하고 예민하고 지긋지긋하고 나약하고 볼품없으며 그런 일들을 당해도 싸다 자책을 했었다. 그리고 그 많던 괴물들은 모두들 저마다의 가족과 연인 곁으로 뿔뿔이 흩어지더니, 명절날 시끌벅적한 주택가들로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도 걷지 않는 골목길에 괴물 하나가 남아있다.


그런가,

괴물은 나였구나.


내 입과 마음은 크고 작은 바늘로 꿰메져

내 안 쪽으로 의미없는 변명을 한다.


'저도 인간이었어요,

저도 숨이 붙어있는 사람이에요.'


나는 괴물의 소리만 흘릴 뿐이니

사람들곁에서 나를 숨길 수 밖에.


이 괴물이 죽으면 끝나는 이야기.





Photo by Alexander Popo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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