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자가 너처럼 살진 않아
'모든' 남자가 그렇진 않아-라는 말에 분명 동의한다.
나 역시 이성애자였기에 연애도 했고 결혼도 했었다. 비록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이 되고 '살려주세요','지워줘 제발'같은 말을 여러번하며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하기로 맘 먹게되었지만.
또한 내가 일하는 직군의 사회는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남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사회기에, 좋은 동료나 선배인 남성들도 정말 많이 만났다. 비록 그 중에 적지않은 불특정 다수는 날 스토킹하거나 구애를 모방한 협박이나 스폰을 제안하기도 했고,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이버불링을 하며 내 신상이나 외모, 사진을 공유하거나 평가하고 때로는 내가 일하는 직장의 대표와 묶어 금단의 불륜을 부추기고 재밌는 불구경을 반년이상 매일 지치지도않고 했지만.
그리고 내 단 하나뿐이었던 소꿉친구도 남자였고, 진한 주근깨가 익어가도록 놀이터를 사랑했던 나의 어릴적 친구들중엔 남자아이들이 더 많았다. 비록 등하교길에 가위바위보를 하고 진듯한 모르는 남학생이 벌칙으로 내 뒤에서 달려와 날 제압한 후 교복치마와 셔츠속에 손을 있는 힘껏 밀어넣고 재밌다는듯 우르르 무리와 함께 도망쳤어도, 갓 중학교에 입학한 내가 다니던 학교의 내가 모르는 윗학년 남학생들을 잔뜩 모아서 내 앞에서 때린 후 공포에 질린 내게 고백했던 3살위의 그 남학생도 있었지만.
내 아빠와 남동생도 남자고, 내가 부모님을 잃고 힘들어하던때에 힘을 주셨던 선생님도 남자였다.
비록 내가 기억이 있는 유치원시절부터 엄마의 몸이 죽지 않을만큼 엄마의 마음이 죽어버릴만큼 피터지고 정신을 잃을때까지 때리던 아빠였고, 주말에 잠자던 나를 깨워 괴롭히다 우는 딸이 마음에 들지 않고 아빠인 자신을 무시했다며 허리가 돌아가고 휠때까지 씨발새끼라 욕하며 걷어찬 아빠였지만. 가난하고 두려웠던 집과 따돌림으로 외로웠던 내게 유일한 도피처였던 사설 합창단 활동에서 가난해서 회비없는 장학생인 나를 매일 단장실에 남기곤 내 맨발을 핥으며 다 날 위해서라고 했던 머리가 벗겨진 단장님도 남자였지만.
모든 남자가 그렇진 않아- 라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때로 이 말을 보거나 들을 때
마치 모든 여자가 너같이 불행하진 않아-라는 말처럼 느낀다.
모든 여자가 너처럼 살진 않아.
모든 여자가 너처럼 바보같진 않아.
모든 여자가 너처럼 당할만하진 않아.
너같은 여자는 없어.
너같은 여자의 인생이 쓰레긴거야.
네가 쓰레기인거야.
정신차리고 그만 남들처럼 살아.
네 스스로 불행을 키우지마.
피해의식이 지나친 것 아니야?
정상적인 사고는 가능해?
그리고 이제는'너 메갈하냐? 페미니즘해?'
한마디면 끝나는 쉬운 쓰레기 취급.
아무것도 아무곳에서도 가져오거나 보고쓰지 않았음에도 그저 내 기억과 끝없이 재생되는 플래시백에 정상적인 사고가 정말 불가능해지고 있는 것 같다.
*커버 사진 출처는 https://unsplash.com/photos/IBaVuZsJJTo 이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