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만난 달을 바라보는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어스름이 내려오기 시작할 때쯤 산책을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공황장애와 대인기피를 극복하기 위한 작은 단추로 꿰었던 것이 집주변 대로를 따라 가로등 불빛 아래를 걷는 것이었다.
여느때처럼 횡단보도에 서서 수 많은 헤드라이트와 신호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발을 보고있었다. 주변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는 것이 피곤했으니까, 그저 따라 움직이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옆에 서있던 작은 아이가 온 몸을 깡총이며 해맑게 외치는 말을 들을 때 까지는.
"엄마 엄마! 오늘 달이 엄-청 예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달을 찾아 올려다보았다.
아이가 말 한 대로 오늘의 달은 엄-청 예뻤다.
순수한 칭찬에 보답하듯 달은 한 층 더 환히 빛났다.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평범한 말에서 특별한 마법이 되는 말이 있다.
사실은 언제나 지구 곁을 돌고 있는 달을
오늘 처음 만난 달처럼 바라보는 아이에게서
어쩌면 조금 힌트를 얻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