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37
남편이랑은 가끔 어딜 멀리 간다. 시댁은 차 타고 한 시간 반을 가고, 한두 달에 한 번쯤 가는 캠핑장이나 두세 달에 한 번쯤 가는 바다낚시는 두 시간에서 세 시간을 달려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차 안에서 팟캐스트를 들으며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한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차 안에서 우리끼리 핸드폰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나눈다.
집에선 왜 그렇게 서로 바쁜지 모르겠다. 티브이와 치울거리와 핸드폰을 두고 우리는 별로 대화할 일이 없다. 집안에서의 대화는 호흡이 짧고 용건만 간단히가 주를 이룬다. 근데 차 안에선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그게 너무 좋다. 아직 갈 길은 2시간이나 더 남았고, 할 말도 계속계속 생긴다. 팟캐스트를 듣고 있으면 새로운 주제가 자꾸만 던져져서 우리는 우리의 녹음실에 있는 거랑 다름이 없다. 그쪽은 그쪽의 녹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듯이.
주제 하나가 나오면 어렸을 때 얘기부터 최근의 에피소드, 관련된 가족들과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다 들을 수 있다. 우리는 만난 지 10년이 되었어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또 모르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떤 주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남편과 실제의 남편이 다르고 같음을 알게 되고 혹은 달라지거나 같아짐을 알게 된다.
지나가는 어떤 지역과 얽힌 일화도 말하고 흘러나오는 노래에 대해서도 말한다. 차 안에서 나오는 대화는 맥락도 없고 끝도 없어서 마냥 뜬구름 같기도 하고 평소엔 미처 정리되지 않았던 철학적인 고민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집에서 일상을 보내지만 차 안에서 충만해지는 건 아닐까. 펼쳐진 하늘과 길을 보면서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어떤 방향에 대해서도, 깊이에 대해서도, 색깔이나 질감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히. 진짜진짜 자세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