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35
아침의 엘리베이터는 향긋하다. 머리를 덜 말린 채 급하게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샴푸 냄새, 출근길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뿌리는 향수 냄새, 이런 것들이 켜켜이 쌓인다. 나는 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그런 냄새를 맡으면 그 활기와 분주함에 이끌려 기분이 좋아진다. 내 몸도 활동 버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동을 걸게 된다. 서둘러 준비하고 나온 우리 고달프고 기특한 직장인들 파이팅, 뭐 이런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함께.
퇴근길, 저녁이 되면 공기는 사뭇 달라진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온갖 맛있는 냄새로 가득하다. 검은 옷의 배달 기사님들이 스치고 난 엘리베이터에는 브랜드를 특정할 수 있는 개성 강한 튀김과 볶음과 찜, 탕, 그런 것들의 냄새가 또 한가득이다. 오늘 몇 층 저녁은 교촌치킨이다. 오늘 몇 층 저녁은 버거킹이다. 오늘 몇 층 저녁은 마라탕이다. 우리 집 올라가는 그 몇 초 짧은 시간 안에 나는 또 얼굴도 모르는 남의 집 밥상을 그려본다.
인터넷에서 스치듯 본 글이 있었다. 불특정다수를 향한, 외출할 땐 자기 집 냄새를 없애고 밖에 나와달라는 글이었다. 집 밖을 나올 땐 반드시 씻고 무슨 향 같은 걸 뿌리고 나와달라는. 그게 여러 사람에게 예의가 아니냐는 글을 봤다. 아닌데, 나는 좋은데. 그 사람들 냄새 나쁘지 않은데. 주말 오후 느지막이 모자를 눌러쓰고 나온 사람들의 노곤한 이불 냄새, 주인에게 안긴 강아지의 고소한 발바닥 냄새, 아이들 손에 들린 달큼한 요구르트 냄새, 아주머니의 폭신한 누빔 에코백과 손뜨개한 옷에서 나는 짙은 햇볕 냄새, 이런 것들. 나는 그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맡을 수 있는 그 정겨운 사람냄새가 참 따뜻하다. 어쩌면 나랑 벽이나 천장, 바닥쯤을 맞대고 사는 사람들의 그 얼렁뚱땅 평화로운 일상이 괜히 귀엽고 꼭 우리 같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