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33
딱 이맘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면 초저녁 하늘은 분홍색 주홍색 보라색,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무슨 색과 무슨 색 사이의 축제다. 하늘색과 분홍색 사이, 분홍색과 주황색 사이, 주황색과 보라색 사이, 마침내 보라색과 남색의 사이. 굳이 따지자면 한반도의 서편에 위치한 나의 동네에서 예쁘고 화려한 노을을 보고 사진 찍는 일은 아주 익숙하다.
가끔 하늘을 가득 채운 노을이 아닌, 어딘가에 비친 노을을 발견할 때가 있다. 건물과 건물이 빽빽한 곳에서 통유리창에 비친, 형언할 수 없는 색과 구름으로 이루어진 그림 같은 절경을 본다. 고개만 돌리면 그 빛이 있을 것 같다. 그쪽으로 가면 더 선명한 하늘의 그 색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꼭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쨌든 그 하늘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어딘가에 반사되었을 테니까.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그런 노을의 원본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나는 항상 교과서 속에서 읽었던 짧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무지개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났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던가. 노을을 찾아 원래 집에 가는 길이 아닌 엉뚱한 골목을 서둘러 헤매며 걷지만, 그새 그 예뻤던 하늘은 다 흩어지고 또 다른 하늘만 남았다. 거기 두고 감상하기에 그 하늘은 너무 짧은 순간일 뿐이다.
그 색이 지나간 거리에는 묘하게 그 색이 배어있어서 나는 그랬지, 예뻤지, 무슨 색이었지. 이런 것들을 되뇐다. 노을빛이 되어버린 거리를 더듬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