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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07. 2021

30년 맛집, 7탄- 수원 팔달 박군자 진주냉면

진주냉면의 참맛을 수원에서 맛보다

그 유명하다는 박군자 진주냉면은 내겐 존재조차 없었던 곳이다. 만화에 관심이 없는 탓에 허영만 화백님의 <식객>을 본 적이 없는지라 기회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식당 로고엔 <SINCE 1945>라고 딱 박혀 있으니 딱 76년 된 식당인 것이다. 아무튼 박군자 진주냉면을 찾게 된 건 업무차 수원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선배님의 추억 속 맛집을 찾아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영업을 하지 않아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었다.



물론 이 식당 역시 선배님의 최애 맛집 중 하나인 건 명백한 사실이다. 나 또한 그리 되었지만 말이다. 다음에 다시 수원에 갈 일이 있으면 원래 가려던 식당에 가보려 한다. 왠지 아쉬운 마음이 남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내 인스타그램을 본 사촌(팟캐스트 알더밥의 객)이 아는 곳이라며 엄지를 척 내밀기도 했던 곳이다. 그 식당은 바로 남보원식당인데 다음에 꼭 소개하기로 한다. 아무튼 그리하여 박군자 진주냉면까지 한참을 이동했는데 미팅 장소에서 무려 이삼십 분 거리였지만 맛집을 향한 열정은 그런 걸 무시할 수 있게 했다. 어차피 미팅 시간까진 꽤 남아 있었으니까.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찾아왔던 나였기에 식객에 나온 식당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마침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이 많이 없기도 했지만 일부러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다니는 편이라 홀은 상당히 한산한 편이었다. 아무튼 이 곳은 <식객 27권 진주랭면>편에 소개된 곳이라고 한다. 그날 <식객>을 몰아 보리라 다짐했지만 아직 그 목표는 실천되지 않아 아쉽다. 아무튼 언젠간 꼭 보리라 다짐하며......



그러고 보니 건물에 들어서면 이상한 생각이 들긴 했었다. 냉면을 먹으러 온 거라고 생각한 난 입구부터 대형으로 설치된 간판 때문에 건물 메인이 고깃집이고 진주냉면이 곁들어 영업하는 것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건물이 통째 이 식당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러 온 것이어서 과한 식사는 어려웠기에(그럼 원래 계획했던 점심은? ㅋㅋ) 냉면과 소고기 육전을 주문했다. 어차피 선배님의 추억을 소환하기 위해 찾아온 곳임으로 모든 주문은 선배님 소관이었다.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식당은 돈을 많이 벌어 현재 이 건물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인테리어도 깨끗하고 상시 청결하게 운영되는 걸 알 수 있었다.



냉면보다 먼저 차려진 소고기육전. 계란으로 지진 소고기육전이 보기만 해도 맛깔스러웠다. 질기지 않은 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했다. 팬에 지져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기름을 둘러야 했을 소고기육전은 기름지지도 않아 묘한 만족감을 불러일으켰다. 양도 넉넉해 여럿이 먹어도 서로 눈치 볼 것 없을 정도였다. 한 입, 한 입 젓가락으로 주우 담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보일 즘 드디어 메인 메뉴인 진주냉면을 실은 캐리어가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구르르르르르~ 캐리어 바퀴 소리가 웅장하다.



두둥! 캐리어가 테이블 앞에 도달한 후 무거운 냉면 전용 고급 유기에 담긴 진주냉면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반이 잘린 완숙 계란 위에 소복이 덮인 들깻가루가 벌써 가슴을 뛰게 했다. 일반 냉면과는 달리 계란 고명이 놓여 왠지 모를 고급스러움을 뽐내는 듯했다. 그릇부터 육수, 면발, 데코레이션까지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적당히 올려진 채로 썬 배와 무가 시원한 맛을 배가하려는 듯 보였다. 게다가 육전이 고명으로 썰어져 놓여 있는데 얼음과 동동 섞여 방금 먹었던 육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먹었던 냉면과 달리 해물육수라는 데 호기심이 샘솟기 시작했다.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젓가락을 들고 항상 찍어대는 젓가락 샷을 생산한 후 입 안으로 꾸역꾸역 쑤셔 넣기 시작했다. 면발을 따져 무엇하랴! 지져 나온 따듯한 소고기육전과는 달리 차가운 육수를 머금은 차가운 육전은 약간 딱딱한 식감이었지만 냉면과 묘하게 잘도 어울렸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냉면은 보통 후루룩 거리며 먹어야 제 맛이던가? 국물까지 완전히 바닥을 보일 정도로 흡입하게 만든 것이다. 아쉬움을 남길 즘 접시 위에 남아있던 육전 하나는 내 차지가 되었다. 이로서 선배님의 추억 소환 맛집 여행 하나를 더 채운 것이다. '나랑 같이 다니면 빗맞아도 30년이다'라고 하셨던 선배님의 말씀은 지당한 표현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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