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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06. 2021

30년 맛집, 6탄-명동거리 한복판의 명동교자

알싸하고 강렬한 맛의 김치가 잘 어울리는 칼국수

워낙 유명한 곳이라 나의 빗맞아도 30년 시리즈에 소개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을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최애 맛집으로 전혀 변함이 없는 맛이기에 어설픈 글을 이어가 보려 한다.

맛집은 추억이다. 뭐 먹을 거 없나 고민하다 케케묵은 기억을 소환해서 찾는 그런 음식점들 말고 어느 날 불현듯 기억 속의 아련한 그 맛을 떠올려 찾게 되는 곳이 있다. 어떤 글에서 '맛집은 누구와 먹은 음식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내겐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명동교자가 내게 맛집으로 각인된 건 아마도 마늘향이 강렬한 알싸한 김치와 곁들여 먹는 네 개의 독특한 만두(교자)가 얹어진 칼국수 때문인 것 같다. 다진 고기가 가득한 육수 좋은 칼국수 자체만으로도 맛집으로서 명동교자가 갖출 건 다 갖췄겠지만 이 김치가 없었으면 지금의 유명세를 얻진 못했을 것 같다.

연세 지긋한 분들은 날이 궂으면 삭신이 쑤신다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런 날 나는 딱 명동교자의 이 김치가 생각난다. 명확히 말하자면 칼국수 국물에 섞인 김치의 양념이 이유 없이 적절하게 섞여 들어가 칼칼하고 고소한 깊은 맛이 뇌를 자극하는 것이다.


솔직히 명동교자가 매우 오래된 식당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언제 시작된 것인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빗맞아도 30년 시리즈를 쓰며 처음 인터넷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리하여 찾아본 결과 1966년도에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2021년 기준 55년 된 식당인 거다. 그런데 명동교자의 상호가 원래 명동칼국수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동네에서도 흔히 보이는 명동칼국수 프랜차이즈는 명동교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들었다. 내부 사정이야 알 순 없지만 맛 자체만 보더라도 아무 상관없다는 건 알 수 있다. 누구라도 한번 맛보는 순간 전혀 다른 수준의 차이를 확실하게 판별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언제 가도 길게 줄을 서던 명동교자도 코로나19의 여파를 벗어나긴 어려울 거다. 물론 사드 여파로 줄어든 관광객 때문에 코로나 전에도 손님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말이다. 난 요즘도 일 년에 몇 번씩은 찾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맛은 오랜 기억을 간직해 주는 것만 같아 감사할 정도이다.



닭 육수를 베이스로 한 칼국수 국물은 된장이 들어간 명동교자의 비밀 소스가 적절히 배합되었을 거다. 얇은 만두 4개가 고명을 둘러싸고 있는데 별 정성이 들어 보이진 않지만 혀 끝을 감싸고도는 맛난 충동은 이내 가락을 집어 들게 한다. 시작은 고명을 휘저어 국물과 섞은 후 김치 한 조각 크게 담아 만두와 함께 집어 입이 찢어져도 괜찮다는 다짐으로 한 입 크게 맛을 본다. 역시 기대했던 알싸한 맛이 입 안을 칭칭 감아 돌며 만족도를 높인다.


김치는 무한리필이다. 김치를 자기들 것이라고 박박 우겨대는 일본에 가면 김치 한 종지씩 비싸게 파는데 그에 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지만 언제라도 종지를 꾹꾹 눌러 담아주는 명동교자의 김치는 칼국수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한 존재인 것이다. 면발은 또 어떻고. 솔직히 말해 옛날 면발이 어땠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면발의 식감은 내게 중요치 않다. 진한 육수에 넉넉히 담긴 고명 그리고 김치에서 흘린 빨간 양념이 섞여 어지간한 식당에선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명동교자만의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명동교자에선 칼국수와 공깃밥은 공짜다. 가심비를 꽉 잡았으니 가격이야 그렇다 치고 양이 적다 싶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가져다 줄 서비스인 거다. 칼칼해진 국물 안엔 아직 고명이 가득이다. 그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면 어떨지 상상해 보라.





부산 출장 중인데 아침에 이 글을 쓰며 어찌나 당기는지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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