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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11. 2021

30년 맛집, 9탄-북창동 복어요리 전문점 대복집

블랙홀처럼 깊은 국물을 원한다면 복어 외엔 답이 없다

요즘은 인기가 사그라들었지만 한때 복요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고급 메뉴 중 하나였다. 요즘은 먹을 것들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 넘쳐나던 복 전문점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용달차를 대놓고 팔았을 정도로 길거리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아나고회(붕장어회, 불편한 일본어라는 걸 알면서도 어릴 적 깊은 추억의 맛 때문인지 아나고회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가 흔치 않은 메뉴가 되어버린 것과 비슷하다. 탈수기로 수분을 뺀 꼬들꼬들하기 그지없는 아나고회를 다시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수소문해 봐야겠다.

아무튼 빗맞아도 30년 시리즈의 9탄에서는 복어요리 전문점 대복집을 소개해 보려 한다. 강남에도 즐겨 찾는 청담복집이 있어 함께 소개해 보려 했지만 빗맞아도 30년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시작한 맛집 소개라 어쩔 수 없이 제외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3년 빠지더라는...

대복집은 1972년 영업을 시작한 곳으로 같은 골목 안에 복요리 전문점이 이 곳 말고도 여럿 있다. 물론 대복집뿐만 아니라 다른 식당들 역시 맛나기로 유명하니 꼭 대복집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 이 외에도 원남복집, 삼호복집 같은 유명한 곳들도 30년은 족히 넘은 식당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방문해 사진 좀 찍어 글을 써 보리란 생각을 해 본다.



복어 요리는 날이 쌀쌀한 날 생각나는 메뉴 중 하나다. 특히 요즘처럼 시국이 어지럽고 민생이 팍팍한 시절이 되면 술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 과음까지 이어지고 보면 아침 해장 거리 없나 뇌 구석구석 해장 거리를 뒤적이게 되는데, 그중 하니가 바로 복지리 아닌가 싶다. 복어가 가진 특유의 시원한 육수 속에 파릇파릇 싱싱한 미나리가 토핑 데코레이션처럼 곁들여져 팔팔 끓어오르는 냄비를 보면 숟가락을 들고 어쩔 줄 모르는 조급함을 주체할 수 없다.


사실 이게 복요리 중 진미 중 진미 아닌가 한다. 꼬들꼬들한 복 껍질을 매콤하고 톡톡 튀는 상큼한 양념에 버무려 침샘에 침을 고이게 한다. 레트리버쯤 되는 강아지라면 입 주위로 한 됫박은 되는 침을 질질 흘리고 섰을 거라고 상상해 본다. 이 사진을 올려두고 글을 쓰는 와중에 침이 고이는 상황이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라 생각한다.



복어 껍질을 탐닉하다 보면 원래 목적이었던 해장을 잊곤 하는데 절대로 메인 요리를 잊으면 안 된다. 이미 냄비 속 복어 육수는 팔팔 끌어올라 당신의 숟가락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복지리 위에 있는 미나리를 건져 소스에 푹푹 담가 미나리 줄기 속 단물과 섞인 복국을 음미하다 보면 그 많아 보이던 미나리도 어느새 바닥을 보인다. 최근 단골이었던 전라도 광주의 영미집을 다시 방문했을 때 무한 리필이었던 미나리를 조그만 소쿠리에 담아 별도 판매하는 걸 보며 씁쓸함을 금치 못했었는데 아무튼 대복집은 큰 대자를 쓰는 만큼 인심도 후하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많이 줄어 걱정이라고 하시던데 아무튼 모든 사태가 진정되어 원상 복구될 수 있기를 바란다.



대복집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바로 이 볶음밥 아니겠는가? 남은 복지리를 걸러 갖은 야채와 버무려 참기름을 넣어 볶은 이 밥 한 그릇이면 그날의 해장은 완벽하게 끝이 난다.

술꾼들이여 아침엔 대복집을 찾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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