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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03. 2021

30년 맛집, 31탄-55년 역사의 용산 역전회관

세월이변해도 변하지 않는 맛

용산에 사는 사람들은 모르는 이 없는 곳, 바로 용산 역전회관은 용산을 수백 번을 지나다니면서도 가본 적 없던 내게 샛별처럼 나타났다. 물론 30년 이상 된 맛집만 데리고 다니시는 선배님 덕분이었다. 최근 서울에만 해도 30년 이상 된 식당이 얼마나 많은 지 새삼스럽게 느끼는 중인데 특히 용산 역전회관은 조금은 남다른 특색이 있는 곳이다. 재개발로 인해 위치를 이전하면서 건물을 신축했는데 초창기 용산 역전회관을 못 본 게 조금은 아쉽긴 하다. 오래전 번화했던 용산역 인근에서 유명한 맛집으로 입소문을 탔을 이 식당의 지나온 역사는 건물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식당 로비를 들어서면서부터 눈길을 끄는 여러 가지 오랜 흔적들을 보노라면 줄을 서 기다리는 시간조차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 사진을 꽤 촬영해 두었었는데 죄다 어디로 도망가고 이 사진만 달랑 남아있다. 첫 방문 후로도 두 번이나 방문했음에도 왜 사진을 촬영해 두지 않았나 모르겠는데 아마 그땐 <빗맞아도 30년> 시리즈를 쓸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그럴 것 같긴 하다. 빗맞아도 30년 시리즈 중에도 있는 논현동 원주추어탕에도 오래된 면허증이 있긴 한데 이 면허증이 한 수 위다. 1966년 3월 7일 자 면허니까 지금으로부터 무려 55년이나 된 셈이다.



새로 지은 역전회관 건물은 신식 건물로 외부 조명까지 번쩍번쩍하다. 이왕이면 예스러운 모습을 남겨 두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번에도 풍성하게 주문했다. 처음 갔을 땐 둘이 갔었는데 이 사진을 보니 거래처 관계자 등 네 명이 갔던 모양이다. 19금 맥주가 보인다. 사실 술을 곁들인 건 이 날 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른 방문 때는 그냥 식사만 하고 나왔던 기억이다.



역전회관이 유명해진 건 바로 이 녀석 때문이라고 들었다. 연탄불에 굽는 납작 불고기라는 녀석인데 완전히 독특한 비주얼과 독특한 식감이다. 갖은양념이 배어 불맛까지 나는 불고기는 순식간에 젓가락 공세를 받아야만 했다. 손이 가고, 또 손이 갈 수밖에 없는 음식 아닌가 싶다. 유명해진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라는 걸 절감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오도독뼈가 박힌 도톰한 돼지수육이 수분이 넉넉해서 폭신폭신한 식감을 맛보게 한다. 연한 오도독뼈는 씹기에 거침이 없지만 치아가 건강하지 못한 어르신들은 피해야 할 것 같다. 어쨌거나 수육 자체만 가지고도 만점 수준의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내겐 예상치 못했던 만족도를 올려 주었던 메뉴가 바로 이 녀석이다. 선짓국이라고 하기엔 뭔가 다른데 이건 정말 해장에 최고의 메뉴가 아닌가 싶었다. 추가로 리필이 가능한 것이니 고민 없이 팍팍 퍼 먹어도 된다.

용산은 그야말로 개발의 격변지였다. 용산참사가 있기 전에도 용산은 변화에 몸서리를 치는 곳이었다. 군 열차가 멈추는 용산역에는 항상 군인들로 붐볐고, 감자탕 골목이 즐비하고 보기 좋지 않은 풍경도 있었던 그곳은 이제 영영 사리지고 없다. 도시는 숨을 쉰다. 변화를 두려워 해선 안 된다. 지금의 모습도 백 년 후 우리 후손들의 눈엔 촌스럽거나 예스러운 느낌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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