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은 전국적으로 규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강남 한복판에도 오랜 전통을 가진 재래시장이 있다. 바로 논현동 논현역 인근에 있는 영동시장이다. 재래시장이지만 구획정리가 되어 걷기에도 좋다.
퇴근 후 정돈된 재래시장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인도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문구가 기억난다. 재래시장에 맛 들리면 자주 안 가고는 못 배긴다.
영동시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걷다 보면 바로 이 집, 고흥집이 눈에 들어올 거다.
입구에 보면 좀 징그러운 비주얼의 풍경을 마주치게 되는데, 참 시골스럽긴 하다. 웃는 돼지머리를 보니 예전에 돼지머리 앞에 두고 고사를 지내던 기억도 있다. 요즘엔 그런 문화가 거의 사라지고 없는 것 같다. 돼지 콧구멍에 지폐 끼워 넣으며 뭐든 잘 되라며...
입구에 전시(?) 진열(?)된 돼지머리와 내장 등 부속 고기들을 보면 이곳이 과연 강남 한복판의 재래시장이 맞을까 싶긴 하다. 하지만 고흥집은 30년은 애당초 훌쩍 뛰어넘은 진짜 오래된 맛집이다. 오죽하면 맛집 칼럼을 하는 사촌이 <고흥집>을 어떻게 아냐고 물어왔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만큼 오랜 세월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식당 안에 있는 메뉴판은 최근에 새로 제작한 것인데 분위기는 제법 어울리는 것 같다. 가격은 강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요즘 어디서 이런 착한 가격에 이런 맛을 볼 수 있을 것인가? 돼지야 뭐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흥집을 오랜 세월 찾아가는 손님들은 다 이유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
고흥집의 몇 가지 안 되는 메뉴들 중 특히 머릿고기 편육은 인기가 많은 음식이다.편육의 원 재료를 생각하면 해괴한 음식인 건 사실이지만 쫄깃쫄깃, 야들야들한 식감은 돼지고기의 다른 부위들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예전엔 편의점에서도 편육을 팔곤 했었는데 요즘에도 상품이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건 편육은 잊기 어려운 옛 시골 감성을 자극하는 음식인 것 같다.
이건 머릿고기 수육이다. 편육과는 다른 비주얼과 다른 식감이다. 역시 소주를 곁들이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안주감 아닐까?
순대국밥 같이 한국 사람의 사랑을 많이 받는 음식이 어디 또 있을까? 순대국은 언제 어느 때 삼시 세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