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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17. 2021

15.묵은지 김치찌개 맛집, 서초동 장꼬방

쿰쿰하고 시원한 묵은지 김치찌개가 생각날 땐

김치찌개는 한국인에게는 가장 흔한 음식이다. 그래서일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리가 바로 김치찌개 아닌가 싶다. 모름지기 맛집의 기본은 김치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으니까. 나는 식당에 가면 제일 먼저 김치부터 맛을 보는 습관이 있는데 역시 김치 맛있는 집 치고 요리 못 하는 집은 없다.

김치찌개야말로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디가 제일 맛있다고 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즐겨 찾는 이유는 다 이유가 있는 법, 특히 장꼬방 같은 경우 주변에 회사들이 많은 것도 아닌데 식사 시간이 되면 길게 줄을 서는 걸 보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도 줄을 서는 맛집이니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장꼬방은 장독의 사투리다.



일주일 사이, 벌써 두 번을 다녀왔다. 매일 지나다니는 길이나 마찬가진데 이 식당을 모르고 다녔던 걸 알고 나니 후회스러웠다. 안타깝게도 30년이 되지 않은 식당이라 지금 쓰고 있는 <빗맞아도 30년> 시리즈에 편입시킬 수 없어 아쉽지만 30년 이상 오래된 식당들처럼 맛집으로 갖춰야 할 모든 걸 갖췄다고 본다.

특히


장꼬방엔 웰컴 드링크가 있다. 다름 아닌 요즘 구경하기도 힘든 무쇠솥에 장시간 끓인 숭늉이다. 반가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무한리필이고 셀프다. 솥이 구석에 있으니 모르면 맛도 못 보고 지나칠 수 있다. 맛이야 말해 뭣하나? 진짜 시골 숭늉 그 자체다. 저 가마솥을 통째로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장꼬방의 머스트 아이템, 계란말이다. 여기서 이걸 안 먹고 가면 백퍼 후회할 거다. 최근 방문 때 보니 이십 대 정도 되는 젊은 사람들은 1인1계란말이로 주문해 먹는 걸 봤다. 대단한 맛을 기대할 건 아니지만 이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주문하지 않고 넘어가긴 쉽지 않을 거다. 나도 처음엔 후다닥 들어가 버려 계란말이 만드는 장면을 못 봤는데 두 번째 방문 땐 줄을 서는 바람에 그 모습을 보게 됐으니 말이다.



식당 입구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돼지고기 석쇠구이를 굽고, 오른쪽에서는 계란말이를 만다. 엄청난 사이즈의 철판 위에 계란말이를 마는 솜씨를 보면 신의 경지에 가깝다. 1분이면 커다란 계란말이가 하나 나온다. 매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하루 몇백 개는 만들 것 같았다.




계란물을 붓고 살짝 익어갈 무렵이면 다시 아주머니의 손놀림이 시작된다. 익기만 하면 돌돌돌돌 말아 접시에 올려놓으면 다른 직원이 나타나 계란말이 자르는 칼로 투두두두두둑 치고 가져가는데 거의 자동머신 수준이다. 계란말이는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조리가 시작되는 것 같다.



김치찌개 전문점 소개하려는데 계란말이가 너무 강렬해 글을 쓰다 보니 이걸 잊고 있었다. 시큼하고 쿰쿰한 향이 나긴 하지만 강렬하지 않아 거북함이 없다. 벽면에 붙은 사진을 보니 전북 무안(기억이 확실하지 않음)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김치를 담가 사용한다는 것 같다. 잠실의 오모리김치찌개집에 버금가는 솜씨다. 대식가에게는 좀 모자랄 것 같은 양이 좀 아쉽지만 생고기 돼지고기가 담뿍 들어 적당량의 육식 수행이 가능하다. 돼지고기가 들었지만 전혀 비리지 않고 기름기도 없다. 국물은 깔끔하고 짜지도 않다. 묵은지로 만들었을 김치찌개에는 세월이 만든 깊은 맛이 배어있다. 이런 김치찌개는 그냥 정성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결론이다. 약간 모자란 듯 먹어야 미련이 생기는 법, 먹다 보면 바닥을 보게 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야 또 오게 만드는 비밀의 마케팅 전략 같다.



요즘 잘 안 보이는 생김. 밥은 무한리필이니 실컷 먹을 수 있겠지만 난 간신히 참아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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