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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26. 2021

30년 맛집, 35탄-문어는 논현동 돌곰네 문어

강남구청역 근처에 오랜 맛집이 숨어 있다

돌곰네는 정말 찾아가는 것 자체부터 어렵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미어터지는 이 곳의 매력은 무엇인가? 돌곰네 역시 선배님의 오랜 추억의 맛집들 중 하나였다. 이런 유명한 식당이 아파트 상가에 자리를 잡은 것도 신기하지만 지하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며 간판 하나 쉽게 찾기 힘들며 지하로 찾아가는 것 마저도 쉽지 않은 이 곳 돌곰네... 맛집이 아니라면 이렇게 고생해 가며 찾아갔을 리는 없었을 것 같다.

선배님의 맛집 목록을 하나하나 섭렵해 가면서 이번엔 어떤 종목일까 하는 호기심이 항상 앞선다.



제주에서 문어를 잡아서 먹기도 했고 해서 문어에 대한 로망 같은 건 그다지 없는 편인데 메뉴판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돌문어숙회, 돌문어톳쌈, 문어회국수, 문어비빔밥, 문어짬뽕밥, 문어된장찌개, 문어매운탕, 돌문어튀김, 돌문어군만두, 문어해물떡볶이, 문어알쌈 등... 문어 가지고 별의별 메뉴를 다 생산해 냈구나 싶었다.

내가 너무 제주에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 제주 집이 아니라도 서울에도 톳을 쌓아 놓고 먹는 편이라 톳에 대한 기대 역시 하지 않았다. 돌 맞을 소린지 몰라도 내게 톳은 그냥 흔한 거니까.



본 메뉴가 차려지기 전에 애피타이저 격으로 차려진 꽁보리밥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무채 김치와 열무김치를 넣고 적당량의 쌈장을 비벼 먹는 꽁보리밥. 요즘 이런 정통 꽁보리밥을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돌곰네문어에서 생각지도 못한 음식을 만난 게 본 메뉴보다 더 반가웠으니 이게 웬 말인가?

맛을 음미하며 허겁지겁 꽁보리밥을 비워 내자 드디어 문어가 베이스인 음식이 상 위에 차려졌다.



뚝배기 안에 팔팔 끓는 국물이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인다. 맑은 탕 안에 잘 익은 문어 다리가 보기 좋다. 이 맛을 어찌하오리까? 시원한 국물은 딱 해장용인데 반주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무튼 술꾼에겐 좋은 음식만큼 좋은 술안주는 없는 것 같다.



한 술 떠서 근접 촬영을 해 봤다. 왜 그렇게 시원한가 했더니 굴이 잔뜩 들어 있었다. 문어와 굴이 만나 이렇게 깊은 국물을 만들어 냈구나. 별다른 양념이 없어도 재료 자체만으로 이런 기가 막힌 음식이 만들어지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직접 잡아먹던 문어는 그냥 문어일 뿐이고, 돌곰네문어는 요리로 승화시킨 그야말로 수준이 다른...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돌곰네문어에서 잊지 말고 먹어야 하는 메뉴가 바로 이 톳계란말이란다. 사이즈가 어마어마한데 맨 아래 숟가락과 비교한 사진이 있다. 집에 쌓아 놓고 먹는 톳인데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역시 수준이 달라지고 만다. 나도 집에서 이렇게 만들어 먹어 볼까 생각은 했지만 역시 계란말이는 귀찮음을 견뎌내야만 하는 고급 요리 같다. 물론 숙련된 요리사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쉬운 메뉴겠지만 나 같은 일반인에겐 고난도 요리인 거다.



톳계란말이 안에 가득한 톳 덩어리들. 톳톳 터지는 톳의 식감을 어찌 알까? 직접 맛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 말로는 설명도 힘들고~



비주얼만 봐도 배가 부르다. 이 날도 역시 둘이 가서 배 두드리며 나왔다. 이렇게 맛있는 식당이 사무실에서 지척인데 모르고 살았다는 게 신기한 일이다. 선배님의 30년 단골 식당들을 하나씩 섭렵해 가며 맛집 목록을 직접 방문으로 물려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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