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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21. 2021

30년 맛집, 34탄-83년생 약수역 가나안뼈해장탕

추억의 맛집에 다녀왔다

가나안뼈해장탕을 방문한 게 아마도 십 년은 족히 넘었을 것 같았다. 약수역에 이 집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새로운 맛집을 찾아다니는 탓에 놓치고 있었던 젊은 시절 추억의 맛집이다. 요즘이야 코로나 때문에 그럴 일이 없지만 예전엔 이상하게 새벽에만 찾던 곳이다. 야근을 마친 늦은 시간 소주 한잔 생각날 때면 의례히 찾아가던 그곳이었던...

가 오던 어제, 함께 그곳을 다니던 친구와 다시 찾고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역시 맛집은 추억이 최고의 양념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그 자리에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온 것만 같은 묘한 착각이...



때 아닌 장마 같은 봄비가 길다. 뜻하지 않은 가나안뼈해장탕 방문. 예전엔 미처 몰랐지만 무려 1983년생이란다. 물론 예전엔 당연히 몰랐던 사실인데 제주산 돼지뼈만 사용한다고 한다. 제주 돼지라 하여 무조건 맛난 건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제주산이라 하면 왠지 마음이 동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 한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이 집 김치는 의외로 맛있다. 의외라는 표현이 적합하진 않을 순 있지만 달짝하면서도 적당히 매콤한 맛이 썩 괜찮은 편이다. 감자탕 맛에 밀려 별로 돋보이지 않았을 순 있다.



배가 고팠던 탓일까? 지난 추억 속에 파묻혀 있던 것이 그리워서였을까? 감자탕이 불 위에 올려지기 바쁘게 일단 뚜껑부터 열어본다. 뚜껑을 뚫고 나올 기세로 올려진 싱싱한 야채는 가락시장에서 떼어 온다고 적혀 있더라만 아무튼 싱싱한 건 백퍼 인정이다. 어쨌든 무엇보다 빨리 익어 내 주린 배를 채워주기를 바랄 뿐이다. 추억 덕분일까? 잠시 옛이야기에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며 보글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추억의 맛을 음미할 순간이 다가온 거다.



소스 종지에 소스를 담고 우거지가 녹아내릴 정도로 최대한 익혀 본다. 뽀얀 고깃덩어리가 벌써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좀 더 기다리란 말이야~"

나는 재촉하는 스스로 억지로 누르며 냄비를 노려보고 있었다. 진한 된장 향이 코 밑을 스치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역시 가나안의 맛은 여전했다.



이놈의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놈의 맛집 탐방기를 쓰는 취미 아닌 취미는 어쩔 수 없었다. 가나안뼈해장탕의 특장점이라면 돼지등뼈에 붙은 살코기의 색감에 있다. 핑크빛이라고 하면 적절할까? 싱싱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고기가 아주 고소하고 부드럽다. 약 30년 전쯤 이 집을 찾았을 때 처음 느꼈던 게 바로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난 각 지역의 감자탕 맛집들을 찾아다니곤 했었는데 각기 맛이 다르긴 해도 고기 자체가 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아마도 제주산 돼지였기에 다른 것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



대체 둘이서 소주를 몇 병 마신 건지 기억나지 않지만 둘이서 (소) 자를 주문했었는데 양이 부족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언제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위치라 생각나면 다시 방문하게 되겠지만 해가 살아나기 전의 새벽녘에 해장용으로 맛보던 당시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때가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겨우 이딴 추억놀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바닥을 싹 비우고 테이블 위를 보니 참 지저분하게도 먹을 건 같다. 하지만 어찌할까? 맛에 반해, 추억에 반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먹고 마셨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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