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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13. 2021

30년 맛집, 33탄-65년 된 아산 명물 옛날갈비

이번에도 갑작스럽게 아산 출장이 잡혔다. 아산으로 향하는 길에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것이 있었다. 지난번에 봐 두었던 60년 전통의 맛집이라는 옛날갈비다. 마침 두 번이나 다녀온 낙원회관 옆집이라 우연히 발견한 곳이기에 기대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간단한 업무 하나를 해결하고 차를 시청 방향으로 돌렸다. 어차피 오후 일정도 시청 근처라 동선도 딱 맞아떨어졌다.



넓은 주차장이 마련된 옛날갈비 식당 간판에 <60년 전통>이라고 자랑스럽게 쓰여 있다. 식당 앞에 주차를 하고 들어서니 커다란 무쇠 가마솥이 놓여 있었다. 얼마나 오래된 솥인지 알 수는 없지만 최소 몇십 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건 추측할 수 있게 했다. 언젠가 제대로 된 식당이 아니라면 인테리어 용으로나 쓴다고들 하는데 여긴 갈비탕이나 곰탕을 조리할 때 사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니 꽃등심이나 생갈비가 눈에 들었지만 출장인 데다 점심 끼니를 때울 요량으로 찾은 곳이어서 간단한 식사를 주문해야 했다. 시청 근처라 그런지 마침 점심 특선이 준비되어 있었다. 보양식 전복갈비탕을 주문할까 싶었지만 아주 심플하게 갈비탕으로 이 식당의 수준을 가늠하고 싶었다. 다른 메뉴들도 어떤 수준인지 경험하고 싶었지만 대식가는 아니어서 갈비탕 한 그릇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갈비탕을 주문하고 주방 쪽을 보니 <since 1956년>이라고 적힌 게 눈에 들었다. 그렇다면 2021년인 지금 시점으로 65년 된 식당이라는 셈이다. 호기심에 찾은 식당이지만 점점 기대는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상차림이 시작되고 



상차림이 시작되며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식어버리고 말았다. 너무나도 단출한 찬 때문이었다. 그래도 갈빗집인데 어쩜 이리 성의가 없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싱싱한 상추 겉절이는 향이 풍부하고 맛깔스러웠고 특히 아삭아삭하고 달달한 깍두기는 그야말로 최근에는 맛본 적 없는 수준이었다. 역시 고깃집은 깍두기 아닌가? 특히 사골 국물에 첨가해 먹는 깍두기 국물의 감미료적인 존재감이란...

그리고 다진 청양고추와 파가 들어간 고기용 소스도 조금은 특이한 편이다.



갈비탕이 오기도 전에 상추 겉절이와 깍두기를 순식간에 비워가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그랬던 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손이 가도록 만드는 맛깔스러움이란 직접 맛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던 갈비탕과는 뭔가 다른 비주얼이 내 눈을 사로잡고 말았다. 한방갈비탕을 원한 게 아니니 그 흔한 인삼 뿌리 하나 있을 리 없는 갈비탕에 연노란색 계란 고명이 팔팔 끓는 갈비탕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상 위에 올려진 갈비탕을 휘휘 뒤적여 갈비탕 안의 내용물을 훑었지만 별다른 내용물은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말 그대로 진국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컬러의 갈비탕 국물이 무쇠 가마솥의 작품임을 확신하게 했다. 안에 들어 있던 고깃덩어리를 모두 건져 앞접시에 모아 봤다.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한우일 리 없겠지만 어쨌거나 소고기 아니던가? 두툼하게 썰린 소갈비가 층층이 갈라져 질긴 식감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역시 갈비탕은 밥을 말아먹어야 제 맛이다. 그야말로 진국이었다. 보통은 밥이 풀어지면서 국물을 진득하게 만드는 게 정상인데 워낙 국물이 진해 그런 느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정신없이 마구 퍼 먹었던 걸 보면 배가 고파서였던 것도 같다. 하지만 반찬도 계속 리필해 가며 얼마나 열심히 먹었던지 흔히 맛볼 수 없는 착한 가격의 갈비탕 덕분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정말 이놈의 아삭함의 극치인 깍두기는 밥을 부르고 있었다. 이것만 사다 먹을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



뚝배기가 바닥을 완전히 드러냈고 몇 번이나 추가한 반찬 그릇도 거의 싹 다 비웠다. 정말 난 대식가가 아니란 말이다.

이번에는 점심 때라 어쩔 수 없었지만 나중에 또 아산 출장이 잡혀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면 꼭 불에 고기 좀 굽고 오리라는 다짐과 함께 아산의 명물 맛집, <옛날 갈비>를 빠져나왔다. 하루가 지나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깍두기 생각이 간절한 걸 보면 조만간 다시 내 발길을 끌 것이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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