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상향과 공공기여

부동산 정책의 허점

by 루파고

25번째 부동산 정책이 예고됐다. 역세권활성화, 주거밀집지역재개발 등 다양한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기사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그중 용적률 상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한동안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이 미련해 보이는 정책의 허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용적률 상향에 관한 이슈는 형평성의 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조건부 상향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 조건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관련 부처에서는 용적률 상향 조건으로 공공기여를 요구하고 있는데 과연 실 상황에서는 어떻게 느껴지는지 알고는 있을까?

산수를 좀 섞으면 이해가 쉽다. 500㎡ 이하 소규모 증축·용도변경 땐 '공공기여' 적용 않는다는 제한이 있으니 서울 시내 대로변 300평짜리 준주거지역 토지의 용적률을 400%에서 500%로 상향시켜준다고 한다고 치자. 단 상향된 100% 중 50% 이상 공공기여를 할 경우에 한한다. 지어서 공납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공공기여'라고 정의한 것들이 무엇인지 체크해 보자.


공공시설용지란 도시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토지, 주민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토지이며 그 종류로는 교통시설, 공간시설, 유통, 공급시설, 문화체육시설, 방재시설, 보건위생시설, 환경기초시설, 어린이놀이터, 노인정, 집회소 등 기타 주거생활의 편익을 위해 이용되는 시설이다.


어떤 부분에 대한 공공기여를 하면 좋을까? 가장 좋아 보이는 걸로 골라서 공공기여 신청을 하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그건 소재지 관할 지자체 마음이다. 우리 건물 1층에 동사무소나 보건위생시설이 들어오면 어떨까? 어쨌거나 그건 주민들의 몫이니 지자체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건축 인센티브를 받아 건축하면 되겠다. 그러나!!! 오피스텔이 됐든 아파트가 됐든 분양성 문제가 남아있다. 이 사회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구분 짓거나 하려는 의도는 누구에게도 없다. 나 역시 집이 없기에 못 가진 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니 이 글을 쓰는 데 있어 손가락질받을 위치도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건물을 지어 사회에 환원할 목적이 아닌 이상 건축사업으로 인한 수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에게 수익성을 배제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시행사 혹은 건설사는 팔릴 만한 집을 지어야 팔린다는 것을 안다. 팔릴 만한 집이 되기 위한 구성요소엔 잘 지은 집이라는 기본적인 전제사항도 필요하겠지만 좋은 환경이라는 필수조건이 따라붙는다. 좋은 환경에 학교 문제는 기본이다. 쾌적하고 조용하고 안락하며 말 그대로 집 같은 집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민원인이 오가는 주민센터나 밤낮없이 사이렌을 울려대는 곳에 집이 있다면 어떨까? 과대 비유라고 생각하겠지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여전히 사창가가 성업 중인 곳에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있을까? 그만큼 환경은 중요한 것이다.

한창 상종가를 달리던 중고급 아파트의 트렌드였던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가 사그라든 이유가 뭘까? 상업시설들이 건물 아래에 있으니 편하기는 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그게 아닌 거다. 주거환경에 쾌적함이 빠져버렸으니 만족스러울 수 없다. 주거와 상업시설은 분리될수록 좋은 법이다.

현 부동산 정책은 현실적인 부분을 외면하고 있다. 용적률 상향은 환영할 일이지만 공공기여는 고민해볼 일이다. 안 해주느니만 못한 비현실적인 정책인 것이다. 공공기여에 대한 부분을 금전납부로 대체할 여지가 있다는 소문도 들었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다. 어제 기사에 보니 전라도 광주 중앙공원 아파트 개발부지 분양가 상한금액을 조절하는 대신 용적률과 대형평수 인가, 세대수 증가로 협의했다고 한다. 형평성이라는 게 적용이 되긴 한 건지 모르겠다.






여의도에 임대주택을 지을 자리가 있었다. 발표가 나기도 전에 여의도가 발칵 뒤집어졌다. 여의도에 임대주택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계획은 무산되었고 없는 이야기가 됐다. 그 자리는 아직도 공터로 있다. 정부는 뭐가 무서워서 여의도 임대주택 사업을 철회했을까? 여의도의 누가 무서웠던 걸까? 어떤 이의 민심? 누군가의 표심? 어쨌거나 여의도 집값 떨어진다는 이유였던 것이다.

사업자 및 원 토지 소유자의 입장은 어떨까? 같은 건물 혹은 같은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가격이 흔들리는 건 당연한 거다. 어떤 정책으로도 규제하거나 막아낼 수 없다. 이상적으로야 서로 어울려 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게 인간사 같다. 너와 나,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 배운 사람 못 배운 사람, 화이트 컬러 블루 컬러 뭐 이런 식으로 선을 긋고 이분법적으로 살자고 하는 것도 아닌데 이놈의 세상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가족 등 속한 구성원들의 눈치를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생각은 그러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실천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쨌거나 세상은 원하지 않는 이분법이 적용되고 있다.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개념이 점점 더 강해지는 요즘이다. 더불어 잘 살면 참 좋은 세상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당장 위정자들 중 단 한 명도 더불어 살 생각이 없는데 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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