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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Feb 01. 2022

2022 설날 제주도 광치기해변 해돋이

놓칠 뻔한 둥근 해

뭔 일인지 새벽에 잠이 안 오더니 갑자기 해돋이나 보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하던 짓을 한다 싶었는데 밖으로 나서자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벌써 김을 빼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이미 나선 길, 나는 차를 몰고 성산으로 향했다.

집에서 성산일출봉까진 기껏 5분 남짓 거리.

그 시간에 도로를 달리는 차는 대부분 해돋이를 보러 가는 게 분명했다.

난 2022년 설날 해돋이를 볼 수 없을 거란 불안감을 가슴에 안고 성산일출봉 좌측 언덕 위로 향했다.

웬일인지 차량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설날 해돋이 방향을 가늠할 수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다시 방향을 고쳐 잡았다.

해돋이 시간은 7시 30분.

아직 10분 이상 남아 있었다.

광치기해변으로 향하며 주차할 곳이나 있을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로변을 길게 채운 차량들.

나는 로컬의 방식으로 눈치껏 주차하고 광치기해변 끝으로 향했다.

그나마 한적한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는 거의 습관이 된 것처럼 띄엄띄엄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시멘트 턱 끄트머리에 빈 곳을 발견하고 누가 먼저 차지할 세라 흑모래 위로 빠른 걸음을 옮겼다.

자리를 잡고 시계를 보니 해가 뜨려면 아직 5분은 남아 있었다.

다행히 날이 춥지 않아 해돋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불편하진 않았다.



문제는 구름이 수평선 위를 가득 채우고 있어 제대로 해돋이를 맞을 수는 없을 거란 사실이었다.

역시 7시 30분이 한참 지났건만 해는 떠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 사진에 만족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역시 해돋이는 복 받은 자의 것.


7시 40분을 넘겼어도 해가 떠오르지 않자 꽤 많은 사람들이 낙담을 하고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난 그래도 오기로 버틸 생각에 몇 분 더 기다렸지만 이내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털었다.

시동을 켜고 백여 미터를 달리는데 동그란 해가 스쳐 지나가는 걸 발견한 나는 재빨리 차를 길 옆에 대고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역시 빠알간 해가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미련이 없어 전방만 주시하고 달렸다면 새해 첫 해는 구경도 못할 뻔했던 거다.


점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바닷가에 리트리버 두 녀석과 해돋이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즐거워 보였다.

이 사진을 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쉽다.

내게 오지랖이 있었다면 직접 전송해주고 왔을 것을...


스마트폰 카메라 모드를 변경해 태양을 담아봤다.

수면 위로 찰랑거리는 태양의 부스러기들이 예쁘게 빛났다.

어쨌든 오늘 해돋이는 반쯤의 성공이었다.

올해, 우리 사업에 좋은 기운을 충만히 채우고 온 것 같다.

파이팅을 외치며 호랑이의 포효를 가슴으로 울려본다.

난 범띠니까!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의 떡만둣국이 준비되어 있었다.

새해 첫날엔 무조건적인 음식 아니던가!

멋진 2022년을 기약하며 오늘도 파이팅!

이제 새해 첫날 할 건 다 했으니 학공치 낚시나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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