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하면서 유일하게 딱 한 번 후임을 괴롭힌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이라고 하면 그렇군요.
한 명이라고 해야죠.
청정지역 최전방에서 군생활을 했었는데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군인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담배를 핀 후 필터를 아무 데나 버리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군바리들.
고참에게 개길 수는 없는 노릇이고.
후임에게는 한마디 할 수는 있었겠죠.
괜찮게 생각하던 후임병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아무 데나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버리면 되겠느냐고요.
순화해서 표현했지만 내용은 그대로입니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오히려 대들더군요.
정당한 걸 가지고 핀잔을 주라는 거였겠죠.
용납하기 어려웠습니다.
길게 설명했습니다.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들이 모이다 보면 심각해진다고.
하지만 오히려 저를 이상하게 보더군요.
설득하다 못해 끝내 제가 지쳤네요.
고참이 할 수 있는 건 얼차려뿐이었죠.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신머리 고쳐주고 싶었으니까.
전역할 때까지 괴로웠을 겁니다.
지금 그 후임은 고쳐졌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들 별 것 아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별것 아닌 문제가 자신의 목숨을 죄고 있는데
와 닿지 않기 때문에 모른 척하거나 무시하며 사는 겁니다.
이 소설은 그런 저의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미 모두 알고 있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환경이 망가지는 것도 티끌부터 시작입니다.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 부메랑처럼 돌아올 겁니다.
http://novel.naver.com/best/list.nhn?novelId=766448
이제 이틀 후면 연재 종료입니다.
그저께 미리 다 써 두었네요.
이상하게 소설을 마무리 지을 때 되면 몰아 쓰는 버릇이 있어서 말이죠.
시즌1,2 모두 베스트리그에 있습니다.
3주만에 승격되는 기염을 토해내긴 했습니다.
소설 속 내용 중 일부를 올려봅니다.
사람이 모두 떠나 텅텅 빈 서울에는 굶주린 들개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전기는 이미 끊긴 서울이지만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계만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던 한강에는 생명체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인기척도 동물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가끔 날아가던 날짐승도 얼마 날지 못하고 바닥에 추락하고 만다. 한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바람도 그대로 불었다. 건강을 해친다던 지독한 황사도 물러갔다. 악마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모양이다.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던 한강 자전거길에 낙엽만 굴러다닌다. 이제 봄인데 가을처럼 스산한 낙엽이 가득하다. 물이 고인 곳엔 이름모를 물고기들이 배를 깔고 떠있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물고기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나무 아래에는 인간들을 따라 이사를 가려던 개미들이 줄을 지은 채 죽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생명이 가득했던 곳이다. 생명체를 주검으로 바꾸는 건 찰나에 불과했다. 악마의 손길이 스치기만 해도, 악마의 입김을 느끼기만 해도 생명은 사라졌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도시의 모습은 생채기 하나 없이 깨끗한데 생명만 없다.
이 글을 읽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기억하는 분이 있을까요?
제 소설은 그 책을 읽고 아이디어가 스쳤던 재난소설을 전작 <로드바이크>의 시즌2로 쓰게 된 겁니다.
전작 시즌1도 재밌어요. ^^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라면 관심이 갈 소설입니다.
아래는 <침묵의 봄> 앞쪽에 나오는 [내일을 위한 우화]의 일부입니다.
<…… 어느 날 낯선 병이 이 지역을 뒤덮어버리더니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악한 마술의 주문이 마을을 덮친 듯했다. 닭들이 이상한 질병에 걸렸다. 소 떼와 양 떼가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마을 곳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듯했다. 농부의 가족들도 앓아 누웠다. 병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을 의사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이 곳곳에서 보고되었다. 이는 어른들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어서 잘 놀던 어린아이들이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다가 몇 시간 만에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몇 마리의 새조차 다 죽어가는 듯 격하게 몸을 떨었고 날지도 못했다.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 암탉이 알을 품던 농장에서는 그 알을 깨고 튀어나오는 병아리를 찾을 수 없었다. 농부들은 더 이상 돼지를 키울 수 없게 되었다고 불평했다. 새로 태어난 새끼 돼지들이 너무 작아서 채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이다. 사과나무에 꽃이 피었지만, 꽃 사이를 윙윙거리며 옮겨 다니는 꿀벌을 볼 수 없으니 가루받이가 이루어지지 않아 열매를 맺지 못했다. 예전에는 그렇게도 멋진 풍경을 자랑하던 길가는 마치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듯, 시들어가는 갈색 이파리만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생물이란 생물은 모두 떠나버린 듯 너무나도 고요했다. 시냇물마저 생명력을 잃은 지 오래였다. 물고기들이 다 사라져버렸기에 …… 이 땅에 새로운 생명 탄생을 가로막은 것은 사악한 마술도,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저지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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