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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엌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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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09. 2022

이곳은 회사인가, 식당인가? 열한 번째 이야기

사골 베이스로 생애 최고 부대찌개 맛집보다 맛있는 부대찌개를 끓이다

세상에 부대찌개보다 쉬운 음식은 없다. 정성이 필요하길 하나, 재료가 특별해야 하길 하나...

중국말로 라지스핀(불량식품) 덩어리이며 몸에 좋을 리가 없는 최악의 음식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당기는 이유는 짜고 맵고 단 삼박자 때문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아주 가끔 사무실에서 부대찌개를 끓인다. 이유는 단 하나! 요리가 귀찮을 때 하는 거다. 칼질이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것보다 쉬운 요리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조미료라곤 전혀 쓰지 않아도 되는 신박한 음식이다.



뭐니 뭐니 해도 부대찌개에 빠질 수 없는 이것! 라면사리 아닌가?

그래도 몸에 좋으라고(식감도 중요하지) 미리 삶아 둔다. 이때 중요한 건, 절대 푹 삶으면 안 된다는 거다. 어릴 때 좋아하는 과자같이 약간 딱딱한 식감이 살아있는 정도까지만 삶아야 좋다.



이리저리 뒤틀어서 사진을 찍어 봤지만 비주얼은 그게 그거다.

이렇게만 하면 아주 쉽게 명품 불량 요리가 된다.

1. 흔히 파는 사골육수 1리터 들이붓는다

2. 냉동실, 창고에 굴러다니는 햄이나 소시지를 죄다 꺼내 모아 대충 맘 내키는 대로 잘라 쏟아 넣는다

3. 맛이 갈똥 말똥 한 버섯들을 죄다 꺼내 큼직하게 잘라 넣는다

4. 양파도 알아서 잘라 넣고 눈에 띄는 괜찮다 싶은 것들 죄다 투척한다

5. 다진 마늘을 많이 넣는다(이게 핵심)

6. 고추장을 적당량 눈대중으로 넣는다

7.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청양고추를 넣는다

8. 기호에 따라 대파 등을 넣고 끓인다

9. 느끼한 맛이 필요하면 체다 치즈, 끈적함이 필요하면 모차렐라 치즈를 넣는다

* 진정한 부대찌개 맛이 필요하다면 빈(뻘건 소스 있는)을 넣으면 좋은데 파는 곳이 별로 없다

---> 이게 정성이라면 정성일 수 있다. 구하기 어려우니까. 난 한 박스 주문해 놓고 쓴다.


보다시피 정성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충대충 눈에 띈 건 모조리 갖다 넣으면 된다. 유통기간 지나 어쩔 수 없이 냉동실로 가셨던 분도 슬쩍 던져 넣어도 좋다.



그냥 폴폴 끓인다. 대충 익었다 싶으면 그다음 작업으로 직행이다.



난 체다 치즈 두 장을 넣었다. 이게 6인 분인데 느끼함이 필요하다면 치즈를 더 넣으면 된다.

* 참고로 부드럽고 담백함이 좀 필요하다 싶으면 우유 좀 넣으면 된다.

* 계란찜 할 때 우유 넣으면 좀 더 부드러워진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 싶다.



다 끓었다. 청양고추는 나중에 투척했다. 이렇게 되면 해장부대찌개가 된다는 사실. ㅎㅎ



완성품이다. 정성이라고 1도 없는 부대찌개 완성.

요리가 귀찮은 날 바로 이게 효자다.

더불어 냉장고 청소도 할 수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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