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다녀간 걸 누구도 모르게 하라

이런 무개념들 때문에 폐쇄되는 거다

by 루파고

지난 토요일, 서프로님과 오지 아닌 오지 캠핑을 다녀왔다.

오지라고 하기엔 애매한 장소지만 관광지도 아닌, 동네 사람들이나 이용하는 정도의 작은 계곡이라 오지 수준으로 사람 구경하기 힘든 곳이다.

계곡은 너무 깨끗하고 오염원이 전혀 없어서 모기도 거의 없고 나방 같은 오염된 환경에 많이 서식하는 벌레들도 많지 않았다.



오히려 꿀벌과 말벌이 날아들고 매미가 날아들어와 살에 달라붙을 정도였다.

내가 고목나무도 아니고... ㅠㅠ



누구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장소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타인이 없는 장소에서 오롯이 평안을 찾을 수 있는 캠핑을 원했기에 이곳저곳 마땅한 장소를 물색했지만 그런 장소는 눈에 띄지 않았다. 원래 계획했던 곳으로 돌아오니 숯과 고기 굽는 냄새가 자욱했다. 인원도 꽤 많은 듯했는데 한참 시간이 지나자 차량 두 대가 자리를 떠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곳엔 우리뿐이었다. 마침 비도 내리고 해서 타프에 비 떨어지는 소리에 계곡 물소리를 곁들여 들으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점심 무렵 할머니 두 분이 나타났다. 짐이 어마어마했다. 아무래도 두 분이 전부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택시를 타고 오신 할머니들... 무려 열 분이 넘었다. 하루 종일 여유 있는 숲을 즐길 거라고 생각했던 건 오판이었던 거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 계곡을 건너 나오려는데 시끄러워서 가는 거냐는 할머니들.

그래서 나가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만의 계곡은 아니니까 갈 시간이 돼서 가는 거니 심려치 마시라는 말씀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그런데...


어제 그 사람들이 놀다 간 자리엔 이런 게 남아 있었다. 아이들도 있는 것 같았는데 아이들이 대체 뭘 배워갔을까 싶었다. 종량제 쓰레기봉투까지 챙겨갔다면 차에 실어오면 될 일 아니던가? 한심한 사람들...

얼마 전 갯바위 낚시터를 폐쇄한다는 공지와 함께 낚시동호인들의 반발이 있었다. 나 역시 낚시를 다니지만 이런 꼴을 낚시터에서도 흔히 봐 왔다. 제주도는 말할 것도 없다. 뭐가 그리 귀찮아서 이런 무개념 한 짓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다음에 같은 자리를 찾았는데 누군가 이런 상태로 만들어 놓고 갔다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다음에 왔을 때 이 쓰레기가 썩어 악취를 풍기고 온갖 벌레들이 득실득실한다면 그들은 과연 같은 자리에서 고기를 굽겠는가?

한심한 작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놀이터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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