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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Sep 29. 2022

30년 맛집, 58탄-대관령 남경식당 꿩만두국

내가 왜 남경식당을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넣어둔 채 올리지 않았던 건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 연유를 기억해낼 수 있었다. 딱 1년만 지나면 30년이 되니까 조금 기다렸다가 이 섹션에 올리려고 했던 거다. 길던 여름도 지나고 추석도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공기가 몸을 사리게 하니 횡계 남경식당의 꿩만두국이 기억나고야 말았다.

맛은 추억이라고, 날만 쌀쌀해지면 기억나는 몇 가지 음식이 있으니 그중 손가락에 꼽히는 음식이 바로 이거다. 난 사실 꿩만두국을 여기서 처음 먹었다. 2004년이나 2005년쯤이었을 것 같다. 내가 스노보드에 푹 빠진 시점이다. 스노보드 첫 경험은 그보다 이 년 전이었고 그전까지는 약 10년 정도 스키만 탔었다. 스키를 탈 때만 해도 죽돌이처럼 탄 게 아니니 구력은 탄탄하지 않았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주로 알프스리조트로 다녔기 때문에 남경식당을 알지 못했다. 30대 초반이었던 나는 용평에 둥지를 튼 동호회에 가입해서 이른바 스노보드에 미친놈이 되어갔다. 매년 겨울만 되면 시즌방에 시즌권에... 시간만 나면 차를 몰고 용평으로 달려갔고, 눈만 오면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서 다녔다. 일을 그렇게 열심히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내가 아는 정보로는 남경식당은 앞으로 몇 달 후 역사적인 30년 식당이 된다. 내가 다닌 것만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거다. 이번 사진은 지난겨울, 속초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남경식당의 꿩만두국이 생각나서 일부러 강릉까지 돌아 대관령 옛길을 타고 올랐다. 요즘엔 자전거를 타고 대관경을 넘는 편인데 이상하게 자전거를 타고 가면 시간에 쪼들리거나 영업시간이 맞지 않아 지나쳐야만 했다. 언젠간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는 일념으로 재도전하기야 하겠지만 말이다.


남경식당 내부로 들어가니 좌식 테이블을 몽땅 치우고 입식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용평리조트에 살다시피 했을 땐 스노보드 타고 지친 몸을 따끈한 바닥에 지지며 눈 쌓인 뒷산을 바라보는 운치가 있었는데 아쉽긴 했다. 그래도 입식이 편한 건 사실이다.



남경식당의 수육 또한 맛이 기똥차다. 특히 메밀꽃술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내가 메밀꽃술을 처음 접한 건 평창 피닉스파크에서였는데 그 후론 스키장에서 절대 빼놓지 않고 즐기는 술이 됐다. 이때 갔을 땐 내가 운전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맛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오겹살을 삶은 수육은 쫀득하고 부드럽고 촉촉하다. 실내가 건조할 땐 빨리 흡입하는 게 좋다. 아무래도 수분이 날아가면 그 본연의 맛이 사라질 테니까. 절대 경쟁이 붙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알까 모르겠다.



난 매운 걸 좋아하는 편이라 다진 양념을 많이 넣어 새빨갛게 만들어 먹는다. 언젠가 내가 항상 그렇게 먹는 걸 지켜보던 동생 녀석은 나를 따라먹기 시작했고 그 녀석 역시 나와 같은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요즘엔 어떨까 모르겠지만 말이다.



절대적으로 완벽한 강원도식 김치다. 추운 지역이라 그런가? 김치의 아삭함이 다르다. 알다시피 여긴 평창 아닌가? 게다가 대관령이고 그 유명한 고랭지 배추의 원산지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의심할 수 없는 맛, 변하지 않는 맛. 그러고 보니 남경식당을 운영하는 분도 세대교체를 한 것 같다. 내가 다닌 지 20년이면 절대 그럴 만도 한 일이다. 이번엔 먹고사느라 바빠 5년 만에 갔던 것 같다. 그 전엔 매주 두 번은 갔던 곳인데 말이다.



꿩만두국이 왜 꿩만두국인지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꿩을 뼈째 갈아서 만두소를 만든다. 그래서 뼈가 씹히는 식감이 있는데 그걸 불편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설마 사람이 못 먹는 걸 갖다 썼을까?

그보다 남경식당의 꿩만두국엔 기품이 다른 고소함이 있다. 그게 어디서 나는 맛인지 모르겠지만 직접 만드는 만두도 그렇겠고 진한 국물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시간 내서 들러 보리라.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대관령까지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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