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차 방문했던 기장에서 맛이 좋다는 식당 하나를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그땐 그냥 지나치고 말았는데 어쩌다 보니 여길 갈 기회가 생겼다.
처음 소개받았을 땐 주메뉴가 뭔지 알지도 못했고 간판에 '산장'이라고 적혀 있으니 당연히 닭이나 오리 요리가 주력이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산장에서 향어회를 판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장의 유명한 사찰 중 하나인 장안사 입구를 지나 등산로를 따라 이삼백 미터 정도 올라가면 장안사산장 식당이 나온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 건 아닌데 겨울이라 그런지 벌써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고 장안사산장 뒤쪽으로 스카이라인이 짙어지고 있었다.
예약하고 간 거라 테이블 위엔 이미 찬이 준비되어 있었다.
딱 봐도 시골 음식 같다.
일단 전체 상차림은 이렇다.
다진 마늘과 초장, 콩가루 등을 보니 송어 같은 민물 생선회 양념장을 보곤 송어회가 나오는 줄 알았다.
직접 예약한 게 아니라 장안사산장에서 어떤 메뉴를 주력으로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테이블 위에 올려진 건 향어회다.
서울 쪽에서는 향어회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부산에선 여기저기 향어회를 파는 식당들이 제법 많다.
대체로 동남아 사람들이 향어회를 많이 먹는다고 들었는데 기온이 따뜻한 지역이라 그런가, 부산에도 향어회가 인기인가 보다.
메뉴판을 보니 쏘가리 매운탕도 있다.
향어회 식감이야 돔 같은 바다 생선류에 비할 수 없지만 나름의 독특함이 있다.
참고로 부산 선동에 88 횟집도 향어회로 유명하다.
https://brunch.co.kr/@northalps/1099
향어회를 거의 먹어갈 즘 되자 미리 예약했던 능이백숙이 나왔다.
향어회로 배를 채우긴 그렇다 싶었는데 마침 배를 채울 만한 음식인 거다.
기름이 둥둥 뜬 게 많이 아쉽다.
내가 요리했다면 기름을 전부 걷어냈을 게 분명한데...
모두들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음식인데 백숙류의 요리는 식감보다 잡내 잡고 깊은 구수함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어쨌거나 오래 끓이면 장땡인데 아무튼 이름값은 충분히 하는 요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