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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17. 2023

23년 전에 쓰던
다이어리를 찾아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나를 발견하다

오래된 서류를 정리하려고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상자를 열었다.

먼지 폴폴 나는 서류 더미들을 꺼내면서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회상에 잠겼다.

상자 밑바닥에 거의 다가갈 즘 되자 눈에 익은 흐린 갈색 다이어리 하나가 눈에 띄었다.

당시 프로그래머였던 난 글을 쓰는 걸 좋아해 이런 아날로그한 감성이 있었다.

언젠가 예전 글들을 잠시 훑어본 적이 있었는데, 이십 대 시절에도 난 소설을 쓰겠다고 끄적여둔 적이 있었더랬다.

그 소망을 이루긴 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곰팡이 끼고 썩어 너덜너덜한 녀석을 보니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십 대, 속지만 갈아 끼워 쓰던 다이어리였는데 이런 게 있었더란 걸 떠올리며 표지를 열었는데 내 손을 떠난 지 무려 이십 년은 족히 넘었을 다이어리 속 자잘한 것들이 기억을 스치고 지나갔다.



오래된 도서관 대출증과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찍었던 스티커 사진이 붙어 있었다.

스티커 사진은 색도 변색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그 뒤엔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여자친구의 작품이...



그리고 당시 내가 제일 좋아하던 가수 정경화의 친필 사인이...

정경화는 여자친구의 선배였고 나를 위해 직접 사인을 받아다 준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그녀에게 참 모질게 군 남자친구였다.

23년 묵은 나의 다이어리...

참~




이번 명절에 제주도 집에 가서 또 어느 상자 안에 썩어가고 있을 한 움큼 되는 속지들을 찾아 꼼꼼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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