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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r 27. 2023

127.가성비 좋은 부산 초읍동 중국집, 중국성

외부 사진이 없다.

솔직히 전혀 기대하지 않고 간 곳이다 보니 처음부터 사진 촬영할 생각이 없었다.

메뉴판도 보지 않았고 식당 앞에 붙어 있던 '호텔 주방장 출신'이라는 표현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호텔도 호텔 나름이겠고 부산의 후미진 곳 초읍에 그것도 일부러 가려고 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곳에 위치한 흔하디 흔해 빠진 중국집에 무슨 매력이 느껴졌겠는가?

우리가 갔을 땐 한 테이블엔 동네 사시는 것 같은 연로하신 노인 한 분이 뭔가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계셨고 다른 테이블엔 역시 연배가 좀 있는 노인들이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안쪽에 테이블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역시 동네 사람들로 보이는 한 가족이 들어와 빈자리를 채웠다.

뭔가 예상치 못한 분위기였다.

설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다.

그때서야 메뉴판을 살폈다.

가격이 착해 보였다.

이런 구석진 곳이니 가격으로라도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긴 했다.



먼저 탕수육이 나왔다.

합격이다.

유명 중국요릿집에 나오는 비주얼도 아니고 약 20년 전 탕수육 맛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고기를 좋은 걸 쓰는지 식감이 좋다.

질긴 부위가 단 하나도 없었던 걸 보면 식재료를 좋은 걸 쓰는 게 분명하다.

소스도 너무 달지 않아서 질리지 않는다.

대체로 대충 만드는 중국집 같으면 소스가 너무 달아서 몇 개 먹지도 못하고 질려버리는데 일단 합격이다.



여기까지가 기본으로 주문한 메뉴들이다.

그런데 동석한 설 모씨가 볶음밥에 탄복했는지 감탄사를 연발하더니 내게 한 숟가락 먹어보란다.

군더더기 없는 맛이라고 했는데 딱 소금만 가지고 간을 한 본연의 볶음밥이었다.

전혀 기름지지 않은 밥 따로 야채 따로 굴러다니는 볶음밥이다.

잡채밥오 한 숟가락 얻어먹었는데 이건 잘 모르겠다.

자기 취향껏 고춧가루를 산 만큼 뿌려서 먹으니 원래 맛이 뭔지 알 수가 있나...



대식가는 아니지만 여기서 물러설 순 없다.

중국집을 판가름 짓는 건 역시 짜장면 아니겠는가?

자장면이면 어떻고 짜장면이면 어떻나?

갑론을박 중 우리는 쟁반짜장을 주문해 나눠 먹기로 했다.

무난하다.

딱히 맛이 훨씬 좋다, 그런 건 없지만 무난하게 좋다.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 저렴하다.



가격? 보다시피 착하다.

탕수육, 볶음밥, 잡채밥을 먹고 그것도 모자라 쟁반짜장까지 먹고도 이 가격이다.

그것만이었을까?

소주도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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