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고창 217km 벚꽃라이딩을 다녀온 후 일요일에 경주 벚꽃라이딩을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한동안 자전거를 안 타다가 장거리를 탔더니 일요일에 라이딩을 한다는 게 체력적으로 내 맘 같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주말을 이용해 경주로 자전거를 타러 갔다.
물론 벚꽃 구경이 목적이 아니었다.
대신 이번엔 라이딩 후 캠핑을 하는 걸로...
그렇다고 내가 경주까지 가서 밥 한 끼 안 먹고 올 수는 없는 일!
90km 정도 라이딩을 마치고 부산 설 모씨에게 경주 맛집 정보를 캐 물었다.
그가 알려준 경주 맛집은 두 곳인데 이번에는 교리김밥으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평소 자전거를 타며 편의점 김밥으로 때우는 편인데 이 정도면 아주 고급진 식사 아닌가.
역시 경주 어딜 가도 지붕은 기와 건물이다.
초반의 정책 땐 어떤 반발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정착이 되어 경주색이 물씬하다.
입구에서부터 교리김밥의 교리가...
50년이 넘었다고 하니 김밥 하나만 가지고 따진다면 국내에서 손꼽히는 역사가 아닐까 싶다.
한 사람 당 두 줄만 판다고 하니 안타깝다.
여차하면 왕창 사 가지고 올 생각도 있었지만 캠핑 때문에 쉬거나 하는 불상사를 지울 수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추가 주문도 할 수 없는데 김밥 가격이 아주 후들후들하다.
김밥 가격으로만 봐도 경주 답게 국보 급인 듯하다.
혼자라고 해서 김밥만 먹을 순 없지 않나?
메뉴판에 국수가 있어 함께 주문했다.
카운터를 보시는 남자분이 자꾸 두 줄 안 먹냐고 물어보기에 왜 그러나 했더니 김밥이 어째 좀 짧은 느낌이다.
그래서 두 줄 주문하라고 했던 듯하다.
잔치국수인데 솔직히 아쉬운 음식이다.
특색이 없는 그냥 어느 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그런 잔치국수인데 좀 빠지는 편이다.
게다가 안타까운 건 국물이 달다.
육수의 깊이 같은 건 기대하지 말아야 하겠다.
교리김밥이 유명해진 건 오로지 계란고명을 얇게 썰어 두둑이 넣었다는 데 있다.
그 때문에 김밥에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김밥 하면 끄터리 아닌가?
그래서 일부러 사진을 찍어 비교해 봤다.
김밥 속은 계란 빼곤 다를 게 없다.
포인트 하나로 김밥을 석권한 셈이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90km 가까이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정말 배가 고팠다.
게다가 무슨 바람이 그리 센 지...
봄바람은 똥바람이라고 맞바람 맞고 아주 진을 빼서 그런지 국수와 김밥을 아주 싹 비우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13,000원인데, 정말 가격은 사악함 그 자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하긴... 요즘 강남 가면 잔치국수 하나만 해도 8,000~9,000원씩 파는 곳이 있긴 하니~
경주가 관광지이고 하니 가격은 인정해 줘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