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May 01. 2023

46. 고성군에서 남해 창선도까지 왕복 라이딩

남해 죽방멸치쌈밥을 목표로

2박 3일 고성 바닷가에서 비를 철철 맞으며 우중캠핑을 하고 드디어 일요일 맑은 날씨를 확신하고 라이딩에 나섰다.

지난번 고성 동쪽 해안선을 따라 라이딩을 했었는데 이번엔 고성 서쪽에서 시작해 작년에 미처 가지 못했던 창선도까지 돌아보기로 했다.

남해 라이딩 땐 비가 온다는 핑계로 창선도를 빼먹었는데 어찌나 맘에 걸리던지 이번엔 기필코 마스터하겠다는 일념이었다.



이틀 동안 비가 와서 기온이 낮아 쌀쌀했다.

4월의 마지막 날인데 남쪽 지방도 이런 날씨라는 게 이상했다.

어쨌든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날씨가 맑아 기분 또한 쾌청했다.

도로 양쪽에 길게 뻗은 벚나무들을 보니 벚꽃 시즌에 관광객이 꽤 붐볐을 거다.

초반부터 낙타등 코스다.

8시가 채 안 되어 시작된 라이딩인데 라이더라곤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점심 먹고 창선도 라이딩할 때 드디어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라이더를 만날 수 있었다.)



신경 써서 만든 조망대가 보여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벚나무 그늘 아래를 달리는 길이라 바람이 차가워 따뜻한 볕이 반가웠다.

멀리 작은 외딴섬들이 아름답다.

이런 라이딩을 혼자 하고 있는 내가 안쓰럽단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운 혼라(혼자 하는 라이딩)인의 고독이다.



사량도 입도선착장이라 하여 들어가 봤다.

유명한 사량도를 향해 길게 줄지어 선 차량 대기줄이다.

언젠가 사량도에도 한번 다녀오긴 해야겠다.

남쪽 살 때 열심히 다녀 봐야지.



백악기공룡테마파크라고 있는데 캠핑장엔 빈자리가 거의 없는 것 같다.

근로자의 날 덕분에 모처럼 맞은 황금연휴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상족암군립공원이다.

공도에서 한참 내려가야 하지만 이걸 그냥 놓칠 순 없으니 다시 업힐을 올라야 한다는 강박증을 애써 외면하며 내려갔다.

아름다운 곳인데 역시 혼자라는 안타까움을 곱씹으며 사진 몇 장을 남겼다.

이 동네가 유명한 고성 공룡 발자국이 있는 지역이란다.



업힐을 올라 다시 서쪽으로 달리는데 고성공룡박물관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 길을 잘 들어야 한다.

산으로 난 구불구불한 도로를 올라야 다시 77번 국도를 탈 수 있다.

남해 라이딩은 역시 긴 낙타등 코스를 각오해야 한다.

올라가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올라가고의 반복이다.



사천시내로 들어서면 남일대 관광지가 나타난다.

여기서 최대한 바닷가 쪽으로 붙어 달렸다.

여객터미널과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을 거쳐 삼천포대교 쪽을 향했다.

드디어 멀리 삼천포대교가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 있는 인도가 있다는 걸 미리 확인했기에 작정한 코스였다.



삼천포대교공원을 돌아 드디어 대교 위에 섰다.

사천해상케이블카 라인이 길게 이어졌다.

나도 나중에 타볼 일이 있긴 할까?



운이 좋아 대교 밑을 지나가는 어선이 있어 운치 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구경하는 김에 쉴 만큼 쉬고 다시 라이딩을 시작했다.

인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좁아도 너무 좁다.

애초에 사람을 위한 배려 같은 건 그다지 없었던 듯하다.

중심을 잘 잡아야 가드레일의 간섭 없이 달릴 수 있는데 속도는 내기 어렵다.

게다가 강품이 부는 날엔 어떤 위험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아무튼 난 조심조심 대교를 건너기로 했다.



삼천포대교를 건너면 바로 초양대교가 나온다.

다음은 녹도대교이고 그다음은 창선대교다.

다리 위에서 보니 작은 섬마을이 너무 예쁘다.

11시 전에 남해 우리식당에 도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들러 가지 못했다.

(그러고도 돌아오는 길에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ㅠㅠ)



마지막 창선대교다.

포장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로드바이크에겐 위험 부담이 있는 구간이다.

조심조심 안전제일!


드디어 창선도에 진입해 바닷가 옆으로 난 공도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차량 소통량이 의외로 많다.

뒷바람이 부는 김에 도움을 받아 최선을 다해 달리기로 작정하고 페달에 힘을 불어넣었는데 40km/h 이상 밟아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내친김에... 창선교 입구까지 그렇게 10km를 내달렸다.

동대만갯벌체험장 근처와 남해 본섬으로 진입하는 창선교 입구에서 차량 소통이 꽤 막혔지만 자전거는 거침이 없었다.

라이더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운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드디어 우리식당에 도착.

역시 작정한 대로 11시 전에 도착했다.

https://brunch.co.kr/@northalps/2204

식당 후기는 요기서.



죽방멸치쌈밥이라는 목적 달성 후 창선교를 건너 돌아오는 길에 보니 죽방을 가까이서 볼 수 있더라.

그래서 자료사진 용으로 몇 컷 촬영해 왔다.



창선도에 들어 서쪽 해안선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남해 바다가 너무 예쁘다.

섬이 없었다면 너무 황량하지 않았을까?



여기쯤 달리는데 낙타등 업힐을 달려오는 커플 라이더를 만났다.

처음 만난 라이더인데 혼자 라이딩하는 내 심장에 대못을 박는 커플이라니.

게다가 등을 밀어주던 남자 라이더.

내 인사를 대충 받아넘겨 치는 게 $%^&*($%^&* (부러웠다.)

나도 밀바 잘하는데...



그렇게 몇 개가 되는지도 모를 수많은 업힐을 계속 넘고 또 넘었다.

바다는 계속 조금씩 변화된 풍경을 보여줬다.

맞바람이 힘들게 했지만 이젠 남쪽 지역의 강풍과 맞바람엔 이골이 났다.

그냥 그럴려니 하며 달린 지 오래됐다.



드디어 사천으로 돌아왔다.

멀리 삼천포대교가 보인다.

돌아가는 길은 왔던 길 그대로 복습이다.



그런데 의도치 않은 발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긴 대방진굴항인데 얼마 전 낚시 유튜버 낚시한끼 루파라는 분의 영상에서 본 적이 있는 곳인 거다.

이상하게 눈에 익다 했더니...

('루파'님 영상은 내 필명 '루파고'와 비슷해서 구독하고 보는 중이다. ㅋㅋ)



길을 잘못 들어 삼천포용궁수산시장 포구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영상도 있지만 안 올린다. (귀찮아서 ^^)



열심히 업힐을 오르는데 내 귀를 괴롭히는 개구리 소리가 페달질을 멈추게 했다.

업힐이라 쉬어 가라는 녀석들의 꼬임이었을까?

정말 얼마 만에 들어보는 개구리 소리였던가?

그렇게 캠핑을 다니면서도 개구리와는 인연이 없었던 건지...


차를 주차해 두었던 삼산면사무소를 지나 두포 쪽으로 들어섰다.

차로는 한 바퀴 돌아보았었는데 자전거로도 달려보고 싶었던 곳이다.

벌써 100km를 넘겼지만 더 달릴 힘이 한참 남아 있었고 내친김에 꼭 돌아보기로 했다.



딱히 관광지라고 할 만한 곳은 없지만 의외로 예쁜 동네다.

보리섬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있다.

여기도 걸어서 다녀왔음 했는데 나중에 백패킹이나 낚시하러 가볼 생각이다.



해안선 따라 난 두포로를 따라 덕산마을 쪽으로 가다 보면 자꾸 페달질을 멈추게 하는 풍경이 이어진다.

사진으로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게 아쉽다.

여기다 릴랙스체어 세워 두고 십 분만 있었으면 후회가 없었을 것 같다.



덕산마을 입구다.

마지막 업힐이 남았다고 해야 할까

대덕산 옆으로 난 좁은 포장도로를 달리는 거다.



그렇게 신나게 달리고 달려 차 앞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구간이라고 너무 미친 듯이 달렸던 걸까?

힘도 바닥이 났는지 마냥 눕고만 싶어졌다.

이젠 페달 대신 액셀러레이터만 밟으면 집에 간다. ㅎ



이 코스엔 딱히 어려운 구간은 없다.

경사도 최대 12% 정도 수준이었다.

나름 누적 상승고도가 없진 않지만 기껏 남산이나 북악 정도의 경사이고 업힐도 그리 길지 않아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그 정도 수고에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젖을 수 있으니 대한민국에 이만한 코스도 흔치 않을 것 같다.

난 대교 건너는 걸 제외하면 통영보다 이 코스가 훨씬 좋았다.

이번에도 창선도 동쪽의 사우스케이프 골프장 쪽 라이딩을 하지 못하고 왔다.

남겨진 숙제로 두고 다음 라이딩은 여수로 정했다.

남쪽 해안도로 마스터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고, 그동안 자전거를 타고 얼마나 돌아다녔나 싶었더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