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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05. 2023

136.자꾸 생각나는 매운후라이드치킨,부산서면 해피통닭

아빠의 월급날만 기다리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이젠 치킨이라는 단어로 넘어가며 너무 흔해진 닭튀김이지만 한 달에 한 번이나 먹을 수 있을까 말까 했던 음식이었던 통닭인데 부산에선 치킨이라는 단어보다 통닭이라는 단어를 내걸고 장사하는 식당들이 은근히 많다.

얼마 전 다녀왔던 부산의 노포식당들 중 하나인 거인통닭이나 진주통닭 같은 식당들도 그렇지만 부산의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서면의 젊은이들의 중심지에 해피통닭이라는 식당이 있더라.

며칠 전 갑자기 치맥이 먹고 싶다는 설 모씨는 신 모씨에게 자주 가는 통닭집이 있느냐고 물었고 한참 해피통닭에 대한 나름의 평이 이어졌다.

그리고 퇴근과 동시에 당장 달려간 해피통닭, 이 골목에 와본 지 이십 년은 됐다는 설 모씨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이 적응하긴 어려운 동네라나 뭐라나.

우리가 언제 그렇게까지 늙어버린 것인지...



여긴 매운후라이드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닭도리탕 국물에 프라이드치킨을 찍어 먹어야 제맛이라며 닭도리탕을 주문하지 않으면 당장 귀가하겠다는 설 모씨의 협박에 두려움을 느끼며 그것까지 주문했다.

그리고 얼마 전 진주통닭에서 반해버린 똥집튀김을 떠올리면 똥집후라이드를 추가로 주문했다.



제일 먼저 나온 닭도리탕은 이미 익혀서 나왔다곤 하지만 국물을 졸여서 먹어야 맛있을 거란 느낌에 한참 졸이기로 했다.

국물 맛은 좀 달달한 것이 억지로 단맛을 내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내겐 별로였던 것 같다.

(난 요리할 때 절대 설탕을 쓰지 않는다. 원재료의 맛을 중시하는 편이다 보니 조미료 중에 설탕, 미원, 다시다 같은 존재가 없다.)



드디어 기다리던 매운후라이드가 나왔다.

매콤한 맛이 일반 프랜차이즈 것과는 좀 다른 듯하다.

바로 튀겨낸 거라 바삭한 식감과 뜨거운 튀김옷이 잘 어우러져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어릴 때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항상 닭다리를 양보했는데 몇 년을 사귀다 헤어지며 '나도 원래 닭다리를 좋아하지만 네게 양보했던 거다'라며 토로했고 집으로 돌아간 여자친구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자기만 생각한 게 너무 속상해서 다시 교제했다던 누군가의 일화가 술안주가 됐다.



그리고 이 똥집.

아쉽지만 진주통닭에 절대 비견할 수 없지만 똥집튀김은 본연의 쫀득함이란 식감이 최고인 음식 아니던가?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똥집 한 접시면 소주 몇 병은 거뜬할 거다.



여긴 독특하게도 닭도리탕에 감자와 무를 같이 쓴다.



네 명이 배 터지게 먹고 마신 가격이 이 정도이다.

청년들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는 있겠지만 엔빵 해서 먹으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워낙 청각에 예민한 내게 시끄러운 환경이 너무 거슬려서 오래 머물긴 어려웠다는 거다.

그래서 우린 역시 2차 장소로 향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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