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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15. 2023

48.진주 한우육회비빔밥 맛보러 왕복 240km 라이딩

지난주엔 제주도에 다녀오느라 주말 라이딩을 건너뛰었더니 매주 1kg씩 감량되던 체중이 제자리걸음이다.

라이딩 다녀오기 전 94kg였고 이젠 93kg이 유지될 것 같다.

체질 상 운동하지 않으면 한 달에도 2kg는 불어나는 편이라 매주 주말에라도 꼭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운동을 해야 그나마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아무튼 나 같은 뚱땡이도 이렇게 장거리 라이딩을 할 수 있으니 살 때문에, 체력 때문에 같은 핑계는 필요 없다.

의지가 중요한 거다.




뜻하지 않았던 진주 행!

친구들은 서울에서 고창으로 라이딩을 내려왔고 몇 주 전부터 가급적 합류하겠다고 했지만 부산에서 고창까지 왕복 7시간의 운전이 고민이었다.

4월엔 섬진강 라이딩을 다녀왔는데 그때도 200km 이상 달린 탓에 돌아오는 길에 운전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던 기억 때문에 결국 진주 행을 결정했고 친구들은 고창에 오지 않고 왜 거기서 장거리를 달렸냐며 핀잔이다.


부산서부터미널에서 진주까지 가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올 생각도 했었지만 진주 유명 맛집에 다녀오려면 아무래도 점심식사 시간을 맞추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삼랑진에 주차를 하고 진주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내비게이션으로 보니 편도 120km가 안 되는 거리였지만 심하면 왕복 260km까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초행길인 데다 역시 혼자 라이딩을 하는 거라 길을 잃거나 하는 경우가 예상되고 있었다.




이슬비가 자욱한 고속도로를 뚫고 도착한 삼랑진 낙동대교 아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보니 벌써 라이딩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7시 20분경, 나는 드디어 장비를 챙긴 후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안개가 너무 심해 사진 같은 건 촬영하기 어려웠고, 고글에도 습기가 가득 묻어 고글도 헬멧에 끼운 채로 달려야 했다.

아직 쌀쌀한 날씨인데 안개비까지 맞으며 달리니 추위를 감당해야만 했다.

진주로 향하는 갈림길이 있는 남지 강 건너 칠서라는 동네까지는 대구 다녀올 때 가본 길이라 익숙한 지형지물이 이어졌다.



멈췄다 다시 가속하는 힘을 아끼기 위해서 달리며 촬영을 하는 편이다.

이 길은 너무 한적해 보여 여러 컷을 촬영했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ㅠㅠ



함안 수변공원에 다다르자 넓은 보리밭이 나타났다.

여기선 멈추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보리밭의 아름다운 광경은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창녕낙동강교 아래로 우리병원을 지나 국도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완전 초행길이라 수시로 지도를 확인해야 했다.

신호등 앞에 멈추거나 하는 꼭 정차할 상황이 생기면 무조건 카카오 맵을 열어 길을 확인한다.

경험상...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느새 길을 잘못 들 지도 모른다.



여기까진 공단지역도 뚫고 가야 하는데 평일엔 대형 차량으로 위험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대산면으로 진입했는데 자전거도로 등 진주-함안 간 자전거도로는 존재하는 듯, 아닌 듯했다.

아마 함안 수변공원에서부터 대산면사무소까지는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내비게이션에서도 자전거도로는 전혀 안내하지 않는다.

돌아올 때는 대산면의 길게 난 도로를 타고를 타고 들어왔는데 그 코스가 제대로 된 것 같다.

경남 함안군 대산면 구혜리 700-3 (6.25경찰승전기념탑) 인근까지만 가면 거기서부터 둑방길로 달릴 수 있다.

둑방이 높아 경치가 좋다.



갈 때는 길을 잘못 들어... 카카오내비를 믿은 내가 잘못이지.

또 마을길로 접어들어 미친 경사를 만났다.

이런 데서 힘을 빼면 진주 가는 길이 고통이라 정말 오랜만에 끌바를 했다.

안 그랬으면 진주 가기도 전에 허벅지가 터지는 곤란함을 극복해야 했을 거다.



군북면을 거쳐 차량 통행이 금지된 교각으로 남강 건너면 바로 의령이다.

대체 몇 년 만에 와본 의령인가 싶다.

오래전 왔을 때에도 그냥 지나치듯 스쳐간 지역인데 이렇게 만나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는 남강 위에 우뚝 선 정암루다.

홍의장군 곽재우의 전설이 깃든 곳으로 의령의 명소 중 하나이다.

문화재가 아닌지 일반인들도 올라와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어 좋다.

여기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딱 70km 지점이다.

출발할 때만 해도 진주까지 무정차로 갈 생각이었는데 체력이 말이 아니다. ㅠㅠ



둑방 위로 난 자전거도로는 농업용 차량 공용도로가 많다.

자전거 전용도로도 가끔 나오긴 하는데 그렇다고 농업용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는다.

각종 초여름 꽃들이 만발한데 몇 번은 둑방길 코스로 접어들지 못해 푹 꺼진 분지 안에서 달리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진주에 거의 다달았을 즘, 멋진 곳을 발견했다.

여름에 여기서 캠핑하며 족대 좀 들어봐야...



드디어 진주 외곽에 접어들었다.

남강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진주라는 도시와는 이상하게 인연이 닿지 않았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여느 도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LH가 진주에 내려왔다지만 이렇게까지 도시 조성이 잘 될 수 있을까 싶었던 거다.



남강을 따라 난 자전거길을 타고 달리면 멀리서나마 진주 도심을 볼 수 있었는데 시내로 접어들며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진주에 대해 잘 아는 설 모씨에게 물으니 내가 학교 다닐 때 얼마나 공부를 소홀히 했는지 알 수 있었다.


9주 5소경 모르나?


아!!! 난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진주는 원래 큰 도시였던 거다.

이렇게 무식할 수가 있나?

9주에는 상주, 강주, 양주, 한주, 삭주, 명주, 웅주, 전주, 무주가 있다.



난 목표로 했던 진주 유명 맛집인 제일식당 육회비빔밥을 먹으러 가는 중이다.

이미 100km를 넘게 달렸고 조금만 가면 드디어 배를 채울 수 있는 거다.

진주 남강을 따라 달리며 볼거리가 참 많다.

한적함 또한 가슴을 설레게 했다.

나에게 진주에 정착해서 살아볼 거냐고 묻는다면 난 고민 없이 승낙할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도시가 아닐 수 없다.



진주중앙시장 인근에 30년 넘은 맛집들이 많다고 했다.

그중 세 곳을 소개받았는데 오늘의 목표는 진주 제일식당 육회비빔밥과 찐빵이다.



https://brunch.co.kr/@northalps/2234



https://brunch.co.kr/@northalps/2235



아~ 진주성.

유료란다.

이상하게 유료엔 발길을 돌리는 나.

다음에 오는 걸로 하고 난 강 건너에서 논개의 낙화로 유명한 촉석루를 보기 위해 진주교를 향했다.



진주에서 바라본 남강이다.

진주성과 촉석루가 아름답다.

인근엔 박물관을 만드는지 공사가 한창이다.



강 건너엔 이렇게 멋지게 조성된 대나무숲길이 있고 강변에 서면 촉석루를 볼 수 있다.

달랑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오기엔 아쉬운 감이 있지만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인 데다 돌아갈 길이 120km니까 빨리 출발하지 않으면 해가 져야 도착할 거다.

보조배터리와 전조등을 준비하긴 했지만 상황은 알 수 없으니 발길을 재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복귀하는 길이다.

밥 먹었다고 원기충천이다.

이 기운이 얼마나 가려나 모르겠지만 대개 150km 넘어서면 체력 떨어지는 속도가 느껴진다.

당장은 뒷바람이 불어 다행이지만 언제 바람 방향이 달라질지 알 수 없으니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이제 본격 달리기 구간이다.

이번에는 올 때 봤던 남강 건너편 자전거도로를 타고 돌아간다.



올 땐 미처 타지 못했던 둑방 자전거도로 위를 달렸다.

이렇게 긴 줄 알았다면 다시 되돌아와서라도 이 길을 탔어야만 했다.

좁은 2차선 국도를 타는데 어찌나 위험한지...



둑방 위에서 내려다본 경치도 좋다.

진주시가 자전거도로에 돈을 많이 쏟아부은 듯했다.

LH가 내려올 만도 하지 싶었다.



그런데 덕오교를 지난 지점부터는 올 때 코스와는 달랐다.

왜 없나 싶었던 자전거도로가 있었던 거다.

내가 어느 지점에서 자전거도로를 잃었던 모양이다.



덕곡리에 거의 다다들 무렵 암장 하나가 보였다.

매달린 사람이 없어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볼트가 번쩍거리는 걸 발견했다.

볼더링 하기에 딱 좋은 높이, 그늘진 장소, 바로 앞 남강.

놀기 딱 좋은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뭐가 있어도 있을 것 같은 가녀린 보가 있어 자전거를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여름에 오면 좋을 곳이다.



코스가 좌우로 뺑뺑이 돌리기 때문에 바람 덕을 보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등바람, 맞바람, 측바람... ㅎ



올 땐 미처 올라타지 못했던 악양둑방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초경량항공기도 몇 대 있는데 태워주는 건지...

둑방 끝부분엔 악양루가 있다.

하동 악양이 아니다.

뷰가 꽤 좋다고 하는데 나중에 늙어서 힘없을 때 가볼 생각이다. ㅋ



해가 떨어져 가는데 함안보를 건너며 나름 멋진 사진을 남겼다.

이제부터 다시 낙동강을 타고 가면 된다.

꽤 익숙한 길인데 힘이 빠져서 다 온 것 같은데 아직 한참이더라.

180km를 달렸는데 아직 60km를 더 달려야 한다는 게 힘 빠지게 하지만 겨우 60km 남았구나 하는 생각으로 돌려 나를 다독였다.



올 때 촬영하고 싶었지만 안개비 때문에 놓쳤던 걸 해가 질 무렵 찍게 됐다.

빠른 속도로 라이딩을 하지 않았는데 노출량 때문에 속도감이 난다.



마지막 관문인 모정고개를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 드디어 주차된 곳까지 도착했다.

혹시나 싶어 챙겨 온 전조등 덕을 봤다.

그놈의 경량화보다는 역시 항상 준비하고 다니는 게 좋겠다.

아무리 봐도 MTB 라이더들이 로드바이크 라이더들보다 이것저것 많이 챙겨 다니는데 아주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로서 240.36km를 달렸고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고도는 1,303m를 올렸다.

칼로리는 10,112 Cal

1kg은 빠졌으니 항시 10,000 Cal를 써야 1kg 정도 빠지는 모양이다.

다음 주에는 진주 가서 캠핑하고 진주 인근 라이딩을 해볼 참이다.

이번 라이딩으로 진주의 매력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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