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May 28. 2023

30년 맛집, 100탄-청도 소싸움보다 청도 추어탕!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장을 다녔었는데, 회사를 부산으로 옮기니 서울이 출장지가 되고 말았다.
그다지 먼 곳도 아닌데 왜 멀게만 느껴지는 걸까?

좀 지루한 코스가 될 수도 있는 부산-청도 왕복 라이딩을 계획하던 차였는데 마침 고속도로에 차가 많아 삼랑진IC에서 빠져나와 밀양-청도 구간을 국도로 달려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갈 만한 코스인지 확인할 계획인 것이다.

국도에서 자전거길을 정확히 파악할 순 없었지만 천을 따라 청도까지 이어지는 하천길이 존재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직접 가보면 알 일이다.



원래는 밥 생각이 없었는데 일찍 일어난 탓인지 아침밥 생각이 간절해 작년에 갔었던 뼈다귀해장국 노포식당을 재방문해 미처 남기지 못했던 기록을 해볼까 싶었는데 이내 메뉴를 바꾸고 말았다.

청도가 추어탕으로 유명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청도 하면 소싸움 아니었던가?

밀양역 앞에 유명한 식당이 있다고 하여 역 앞에 주차를 하고 보니...



아이고머니나...

역전추어탕이라 하더니 밀양역 앞에 추어탕 전문 식당만 해도 열 곳은 넘어 보였다.

그것도 죄다 50년은 기본인 듯했다.

간판에 적힌 게 50년이고 간판 나이가 10년은 훌쩍 넘어 보이니 최소 50에서 70년 사이가 아닐까 가늠해 본다.

60년 전통에 3대 같은 간판도 보이는데 내가 봐선 수식어가 무의미한 동네다.



홀이 상당히 넓다.

이른 시간이라 나 외엔 커플로 보이는 손님 두 명이 전부였고 사진 찍기엔 더할 나위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연식이 꽤 된 가전기기들이 보이는데 최근 리모델링을 했다 치더라도 최소 15년 이상이다.



추어탕 1인분을 주문하니 이렇게 나온다.

요즘 부산 노포식당에 다니며 느낀 건데 어째 죄다 비슷한 콘셉트인지 모르겠지만 한두 번이야 시골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런 오봉(?)에 올려진 상차림이 이젠 좀 성의가 없지 싶기도 하다.

어쨌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니...

다진 청양고추를 빼면 반찬은 이렇게 딱 두 가지다.



우거지가 수북한데 정말 야들야들하게 잘 삶아져서 식감이 좋다.

밥만 말으면 그냥 술술 들어갈 게 분명하다.



청양고추 양이 적지 않은데 난 이걸 몽땅 투척했다.

하지만 의외로 전혀 맵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았다


반찬은 이게 전부다.

배추물김치는 식사 후 마셔주니 입안이 개운하고 좋더라.

김치는 묘하게 청량감이 있는 기교 없는 단순함이 매력적이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미꾸라지를 너무 곱게 뭉개지 않아 약간의 식감이 느껴지는 추어탕인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우거지가 살살 녹아든 국물은 개운한 맛이 일품이고 제피가루를 넣었는지 적당한 토속적 향이 느껴졌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긴 산초가루나 후춧가루를 따로 제공하지 않는 듯했다.

그냥 주는 대로 먹는 건가? ㅋㅋ

있었는데 못 봤다면 내가 배가 고프긴 했던가 보다.



이 정도로 바닥을 비웠으니 배가 고프긴 했지 싶기도 하다.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음에도 역시 바닥을 비웠다.

아마 더 먹으라면 먹을 수도 있었을 것 같긴 한데 배가 고파라기보다는 정말 맛있었다.

내겐 최고라고 손에 꼽는 서울 논현동에 있는 원주추어탕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전국 각 지역마다 추어탕 요리 방식도 많이 다를 것 같다.



나오는 길에 이런 걸 팔기에 물었더니 2리터 병에 든 건 제피 등 약재 달인 물인데 1만 원에 판다.

소주병에 담긴 건 제피 기름이란다. 무려 7만 원이라고...

이렇게 배부르게 잘 먹고 9,000원이다.

요즘 난 물가 체감이 잘 안 되는 것 같긴 한데 시골이지만 그래도 유명한 맛집이니 그 또한 인정하기로 했다.

어쩌면 시골이니까 저렴해야 한다는 이상한 공식을 머릿속에 넣고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 인건비, 식자재 가격 등을 생각하면 도심보다는 저렴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사견이다.


지금 서울에 있다면 멀리 갈 것도 없다.

24시간 영업하는 성지 같은 곳, 논현동 원주추어탕에 가보라!

https://brunch.co.kr/@northalps/1073




매거진의 이전글 30년 맛집, 99탄-충주 풍년식당 너구리맛 짬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