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추억소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Jun 28. 2023

일본 주유소에서 일본어 세 개 이해하고 온 썰~

일본인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도쿄 시내를 돌아다니다 차에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에 들어가는데 역시 친절하게도 직원이 나와 공손히 인사를 하더니 두 손을 들어 차량을 유도한다.

직원의 안내에 집입하니 두 손을 뒤로 흔들며 하는 말.

빠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영어인 back! 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걸 현지에서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주유기 앞으로 후진을 하는데 직원이 팔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오라이~ 오라이~

바로 그것이었다. All right!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주유구를 열자 일본인 친구가 말했다.

만땅쿠!

우린 '만땅! 만땅!' 하여 일본어를 우리말처럼 쓰곤 했는데 이것 역시 영어와 일본어의 합성어였던 것이다. 일본인들은 '만땅쿠'와 '만땅' 두 가지를 같이 쓴다고 한다. ('하루'님의 디테일한 댓글 지적 덕분에 알게 됐다.)

滿(찰 만) + tank!


여행을 마치고 나리타 공항에 가기 전날 친구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게 되었는데 마침 한국인 친구가 왔으니 원어민 발음으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며 일본인 용 한국어 교본을 가져와 내게 밀었다.


아녕하시모니까?

교본에 기재된 히라가나로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표기되어 있었다. 원래 발음이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워낙 미국에 오래 살았던 친구라 발음이 불편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안녕하십니까?'라는 발음을 소화해내지 못했다.

그날 그의 아내를 포함한 세 명 모두 웃다가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는 빛바랜 추억이 있다.




친구의 성은 '나카무라'이다.

난 농담으로 이런 얘기를 해줬다.


한국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본인이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고, 질문의 요지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그에게 답을 알려 주었다.


'나카무라 상'이라고...

장군의 아들 같은 일제강점기 배경의 드라마나 영화에 주로 악역으로 나오던 나카무라에 대해 그가 알고 있었을 리가 없으니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다.

아무튼 그걸 이해시켜 주느라 얼마나 진땀을 뺐던지 모른다.

오히려 이 이야기를 한국 친구와 나누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듣고는 빵 터졌던 적도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만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