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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02. 2023

30년 맛집, 106탄-밀양 국숫집 대복식당 수산국수

어제 무더운 여름을 불사하고 양산물금과 밀양 일대 업힐들을 쑤시고 다녔더니 진이 빠져서 몸도 힘들고 더위까지 먹었는지 입에 들어가는 것도, 그 좋아하는 맥주도 관심 없다 싶더니 겨우 맥주 두 캔에 뻗어버렸다.

무려 10시간을 자고도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게 어찌나 힘든지 결국 6시 넘어 간신히 눈을 뜨고 자전거 복장을 주섬주섬 챙겼다.

자덕들에게 제일 힘든 고개인 기상령과 환복령을 넘었고 드디어 현관령도 넘었다.

모든 업힐들 다 모아도 역시 기상령만큼 힘든 건 없다.

전날만 해도 또 힘든 업힐을 찾아가 볼 생각이었지만 종아리도 당기고 하여 평지만 찾아 라이딩을 하겠노라며 양산물금으로 차를 몰았다.

또 밀양? 응! 밀양! 난 순식간에 스스로 타협에 성공했고 낙동강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도로를 탔다.

역시 평지라 편하지만 맞바람은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여 도착한 곳이 바로 밀양 하남읍 수산리에 있는 대복식당이다.



모르고 왔는데 생활의 달인 나왔다 한다.
10시 오픈이라기에 시간 맞춰 천천히 달려왔는데 11시가 안 된 시간임에도 벌써 두 명의 손님이 있다.

점심시간에는 1인 손님의 합석을 요구하고 있다.

전날 삼랑진짬뽕에서 경험한 바가 있으니 난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점심식사를 하기엔 매우 이른 시간이라 테이블은 여유가 있었다.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는데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기대하고 실내로 자리를 잡았건만...

아주머니는 에어컨에서 찬바람이 안 나온다며 뭔가 이상하다는 듯 툴툴거린다.

밖에서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몰라도 선풍기라도 있으니 다행이긴 한데 실내가 그리 덥지는 않았다.

나중에 다른 손님이 아주머니 얘기를 듣고 에어컨 세팅을 봤는데 '냉방'이 아닌 '난방'으로 설정이 되어 있었다... ㅋㅋ

난 이미 다 먹은 상황이었음.



아주머니 일하시는 걸 몰래 도촬 했다. ㅋ


선불이다.

난 물국수 곱빼기를 주문했고 주말이라 선불 계산이라 했다.



짜잔!

드디어 고대하던 대복식당 물국수가 나왔다.

비빔국수도 맛있다 하는데 혼자 다 먹을 재간이 없어 또 나중을 기약하고 물국수를 주문한 거다.

몸에서 빠져나간 수분도 채워야 하니까 말이다.



물국수를 찬찬히 비벼 보기 좋게 섞었다.

양이 적지 않다.

국수는 금세 꺼지니까 이 정도는 먹어줘야 도중에 배가 고프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역시 곱빼기를 주문해야 한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던 것 같다.



첫 시식이 시작됐다.

수산국수는 이미 쌓아 두고 끓여 먹던 터라 수산국수 중면의 식감 같은 건 익숙해져 있었지만 역시 찬물에 헹궈 쫀득한 느낌은 내가 끓인 것보다 낫다.

질기지 않으면서 구포국수처럼 짜지 않고 찰진 면발이 역시 수산국수를 인정하게 한다.

* 구포국수는 지금도 자연바람에 면을 말린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 식당 바로 앞에 구포국수 공장이 있으니 직접 확인을... ㅋ



찬은 달랑 이게 전부다.

김치와 땡초 구리고 된장.

자고로 맛집은 핵심에 충실해야 하는 법!



야채를 잘 섞어 집어 들었다.

나도 요리를 깨나하는 편인데 이 식당의 물국수는 묘한 구석이 있다.

말 그대로 물국수라 그런지 별 거 없는 양념이라 육수는 맹물인가 싶은데도 적당하게 조미된 간이 예사롭지 않다.

대동할매국수의 경우 디포리 베이스의 육수가 진국이라 유명한 건데 여긴 그냥 국수 자체가 일품이다.

어떻게 보면 좀 무성의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야채가 적게 올려진 국수라 첫 느낌에 약간은 실망감이 없진 않았는데 반전이었다.



돌아갈 때 쓸 수분을 비축하느라 흡입한 건 아니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국물이 진짜 끝내준다!

별 거 아닌 이유가 있다면 목이 말라서-



대복식당 맞은편에 수산국수 공장이 있다.

그리고 주변에 여러 국수공장들이 있다.

차 가지고 갔었더라면 국수라도 하나씩 사다가 품평을 해봤을 건데 안타깝다.

다음엔 eMTB를 타고 가서 실어와야 하나?



동네 구경이나 할까 싶어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는데 아까 내 앞을 달려가던 사람들이 나오는 식당을 발견했다.

다음 목적지를 발견했다. ㅎ



오래된 집이 너무 예뻐서 되돌아와 사진을 찍어 봤다.

이런 집들을 앞으로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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