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귀한 존재라는 걸

소설로 배우는 제주도 문화와 부동

by 루파고

고씨 농부는 자존심을 꺾고 법무사 사무장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고사장에게 부탁해 부산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부산 남자는 오히려 다른 사람 찾아보라며 정색을 했다. 고씨 농부도 마음을 비우고 다음 타자를 찾아 나설 즈음되어서야 부산 남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세금을 내주기로 한 것도 절반 줄여주면 사겠다는 것이다. 그로서도 많이 양보한 것이라며 강하게 밀고 들어왔다. 고씨 농부는 그 마저도 수락했다. 욕심을 비우니 만족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손해 보는 느낌도 들었지만 큰아들 한성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한성에게 미안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계약금 십 퍼센트를 받은 후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 고사장에게서 더 비싼 금액을 주겠다며 달려드는 손님이 생겼다는 것이다. 십 퍼센트를 더해 돌려준다 하더라도 더 남는다는 것이다. 고씨 농부가 망설이는 사이 고사장은 부산 남자에게 연락을 해서 더 높은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니 계약을 파기하면 어떻겠냐 전했다. 고씨 농부는 그 말을 듣고 노발대발했다. 그런데 그날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부산 남자에게서 대금의 십 퍼센트 되는 금액이 더 송금된 것이다. 이제는 고사장에게 새로 붙은 손님과 계약할 일은 없어진 것이다. 부산 남자의 빠른 판단에 빛이 났다.


비록 일부에 불과했지만 고씨 농부가 선대에게서 물려받은 귀한 토지를 팔고도 그의 손에 쥐는 것은 거의 없었다. 잔금을 다 수령하고 세금을 내고 나니 늦긴 했지만 큰아들 한성에게 보태 줄 사업자금만 남는 것이었다. 뭔가 손에서 놓고 나니 허탈감만 남은 것이다. 사촌동생인 고도리 역시 고사장을 통해 토지를 팔아 많은 현금을 마련했고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에게 맡겨 둔 영숙이 결혼자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역시 윷놀이와 경마판에 날려 먹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후로 날아든 소식은 고씨 농부를 시름에 들게 했다. ‘괜히 땅을 줬나 보구나.’ 그들 부부의 이혼소식 때문이었다. 생활력이 강한 제주여자들이 도박쟁이 남편을 끝까지 지켜봐 주는 게 용한 일이었다.


계약 이후로 고사장은 고씨 농부의 집에 수시로 들락거렸다. 형님아우 하며 제법 가까워진 사이가 된 것이다. 하루는 농터에 나가려고 트랙터에 시동을 거는데 고사장이 새벽부터 헐레벌떡 고씨 농부의 집을 찾아왔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나 싶어 눈이 휘둥그레진 고씨 농부가 트랙터에서 황급히 내려왔다.

“무슨 일 있나 동생?”

“아뇨 형님. 그게 아니고 형님 저기 구억리 2차선 도로 옆에 창고 큰 거 하나 가지고 있죠?”

그의 말에 고씨 농부는 몇 개 되는 창고들을 머릿속에 띄워보았다.

“몇 개 되는데 어떤 걸 말하는 겐가?”

“저어기 밑에 한 삼십 평 정도 되는 거 있잖습니까? 지금 무 심어져 있는 데 말입니다.”

“어. 그거 그래. 근데 왜? 거기 불이라도 났대? 탈 것도 없구먼.”

고씨 농부는 시답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아니고요. 형님 그거 파세요. 지금 시세보다 많이 준다는 사람이 아주 급하다고 연락이 왔네요. 오늘 당장 계약하잡니다. 어차피 그거 쓰지도 않으니 팔아 버리시죠.”

그의 말에 고씨 농부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평생 가도 쓸 것 같지도 않은 창고였다. 게다가 창고는 몇 개나 가지고 있지만 두 개 빼고는 넝쿨이 집을 지어 문도 안 열릴 지경이었다. 어차피 건물 값도 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 팔지 뭐.”

고사장은 의외로 고씨 농부가 흔쾌히 수락하자 신이 났다. 그는 곧장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 고씨 농부는 대수롭지 않은 듯 일을 나섰고 고사장은 넙죽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점심 무렵 되자 고씨 농부의 통장에 삼억이라는 돈이 입금되었다. 그는 횡재했다 싶은 생각에 훨훨 날 것만 같았다. 이번엔 큰아들 한성에게 밀어줄 이유도 없다. 그저 자신만의 돈이 생긴 것이다. 창고가 있는 땅은 기껏 백 평 조금 안 되는 데다 창고는 없다시피 해도 된다. 그렇게 보면 평당 삼백만 원 이상을 받은 셈이다. 등기 관련해서는 지난번 거래했던 법무사에다 의뢰해서 진행하기로 했다. 생각지도 못한 횡재에 고씨 농부는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다. 그는 토지를 팔아 현금을 만드는 게 이제는 이상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아 보인다.




<농지전용/산지전용>

농지라 함은 전, 답, 과수원을 말한다. 농지를 대지로 전용하는 과정에는 토지전용비라는 것이 있다. 몇 가지만 알면 간단하다. 공시지가에 근거하여 산출하는 것이니 매매가는 생각지 않아도 된다. 우선 공시지가 상한선을 두고 있다. ㎡당 5만 원을 기준으로 한다. 즉 ㎡당 공시지가에 30%를 곱하면 그것이 전용비다. 예를 들어 500평의 농지를 다른 지목으로 전용한다 하였을 경우 [ 500평 X 공시지가 X 30% ] 의 공식이다.

산지전용비용은 조금 다르다. 산지전용부담금이라고 해야 옳다. 임야는 보전산지, 준보전산지, 산지전용제한지역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알아 두어야 할 것은 각기 계산법이 다르다. 보전산지는 ㎡당 5,520원 / 준보전산지는 4㎡당 250원 / 산지전용제한지역은 ㎡당 8,500원이다. [ 허가면적 X (산지종류별 금액+ 개별공시지가의 10/1000) ] 의 공식이다.






1. 서문

2. 긴급회의

- 제주의 장묘문화

- 제주신화와 오름

- 진입로를 막아 선 묘적지

- 묘적지, 무연고묘지

- 국가기관 소유의 묘적지 인수

3. 급매물

- 제주도 주택문화의 이해

- 계약서 없을 경우 계약금 반환에 대한 사례

- 문화재와 개발 인허가문제

- 제주도 토지 특성

- 농지 취득 시 알아 두어야 할 정보

4. 건축업자가 되는 길

- 괜당이란

5. 선물

- 제주도 제2공항에 대한 단상

- 김녕 도시계획 등 정보

- 예래지구 문제

6. 고뇌

- 제주도 농업

- 영어교육도시와 제주신화월드

7. 오늘은 잔금 치르는 날

- 제주은행 서울(육지)지점 정보, 주택담보 대출 시 유의해야 할 점

- 지도상 거리, 물리적 거리, 과거와 현재의 교통편

8. 푸념

- 곶자왈이란, 곶자왈 훼손에 관한 의견

9. 배 회장의 서류

- 중산간지역의 훼손, 골프장 건설로 망가진 한라산

10. 올 것이 오다

- 토지거래 시 유의할 점, 세금문제, 다운계약에 관한 지침

11. 제주도민이 되고 싶어요

- 건축물 양성화 신고 관련 내용, 법규

- 제주도 건폐율과 용적률

- 건축법상 진입로 규정

12. 제주색 건축

- 제주도 건축법 개정안

- 보전등급, 상대보전, 절대보전에 관한 법률

- 절대보전/상대보전지역

- 특화경관지구(구. 수변경관지구)

- 오름에 붙은 토지의 규제

- 동굴보호에 묶인 토지

-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 LNG기지와 가스관 공사

- 지하수 문제

13. 실행력 없는 비전은 비극이다

14. 귀한 존재라는 걸

- 농지전용/산지전용

15. 돼지 잡는 날

- 진입로 관련법안/일반토지사용승낙서와 영구토지사용승낙서

- 제주도 일자리 문제

- 제주도 커피숍 분포

- 제주도 교육환경

- 제주살이, 한 달 살이 그리고 제주도 인구의 진실

16. 건축업자의 길

- 제주색 묻어나는 건축물들

- 제주도 행정구역 편제

17. 현실성 없는 정책도 비극이다

- 제주도 양돈과 환경오염 문제

18. ROLEX

- 제주도 농가주택과 자폐증의 상관관계

19. 제주살이

20. 올레의 비밀

21. 푸른빛 더러운 제주바다

22. 오수관 있나요?

- 오수관, 상수관 관련 내용

23. 제주도민이 되다

24.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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