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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17. 2023

30년 맛집, 109탄-인천역 차이나타운 서산밴댕이

밴댕이회무침비빔밥이 당겼다.

너무 미친 듯이 당겼다.

거기다 소주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일 거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멀지만 않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달려가 나래를 펼치고 싶다.

마침 볼 일이 있어 다녀온 거지만 내가 원래 다니는 식당은 서산밴댕이 바로 옆집이다.

그런데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게 있었다.

밴댕이회무침비빔밥은 대개 연안부두에서 먹었지 이 동네에선 밴댕이회무침을 주로 먹었던 기억을 떠올린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황스러운 요청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자주 다니던 식당에선 없는 메뉴를 거절을 당하고 바로 옆집에서는 없는 메뉴도 만들어 주더라.

사실 별 차이도 없는 거라 해줘도 무방할 텐데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판은 나중에 촬영한 거라 상호 역시 나오면서 알았다. ㅎ



난 대뜸 밴댕이회무침비빔밥이 가능하냐고 물었고, 아주머니는 된다고 말했으며, 난 메뉴판엔 그런 게 없음을 확인했으며...

일단 앉았다.

잠시 후 주방이 요란해졌고 주방으로 들어가던 덩치 큰 뒷모습만 보였던 아주머니는 이런 상을 차려 왔다.

여기... 혹시 전라도?

혹시나 싶어 전라도 어디에서 오셨냐 물었더니 황당해하며 충청도라 하는 억양을 듣고서야 충청도 사투리라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내가 그토록 당겼던 밴댕이회무침비빔밥은 내게 익숙했던 녀석이 아니었다.


https://brunch.co.kr/@northalps/1763

난 이 비주얼을 기대했던 거다.

요즘 비싼 몸값이 됐어도 추가로 주던 간장게장과 푹 삭은 우거지된장국을 바랐던 나는 어마어마한 양의 밴댕이회가 가득한 상을 받아 들고 후회 반 기대 반이었다.

순간 난 멀어도 연안부두 단골집으로 갔어야 했나 싶었던 거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혼자 온 내게 '많이 드실 것 같다'며 일부러 많이 내 왔다고 한다.

난 양보다 질이 중요한 사람이라(맞나? ㅋㅋ) 내심 장삿속 멘트인가 싶었는데 밴댕이 양을 보고 놀랐고 밥 양을 보고 놀랐다.

김치나 짠지는 말할 것도 없다.

전부 직접 만든 음식인 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게 오죽하면 전라도 분인가 싶었을 정도니까 말이다.



1인분이라기엔 감당하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게다가 숨이 살아있는 야채들도 양이 장난 아니다.

오죽하면 양념으로 숨을 죽이려 한참을 버무려야 했을 정도니까.

연안부두 단골집 스타일로 테이블에 있던 양념통을 들어 초장을 짜 붓고 기름통을 짜는데 색이 이상하다 싶었고... 아주머니도 황당해하신다.

다행히 아주 미량만 넣었는데 난 참기름(있어도 향미유겠지만)인 줄 알았던 거다.

아주머니는 이미 초장과 참기름을 적절히 넣었는데 맛 버렸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내가 벌인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



반찬도 양이 많다.

내가 그렇게 많이 먹는 스타일로 보이나 싶었는데...

진짜로~~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열무김치는 짜지 않고 딱 우리 엄마 손맛이라 놀랐다.

짠지도 새로 담갔다며 준 건데 열무김치에 눌려 많이 먹진 못했다.



밥을 얼마나 비벼야 하나 고민스러웠는데 밴댕이 양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과식 모드로 가야만 했다.

방금 회를 쳐서 썰어 낸 밴댕이는 얼마나 싱싱하던지 놀라울 정도였다.

지금이 제철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무 당겨서 그랬던 걸까?

그 어마어마한 양을 꼭꼭 씹어서 다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비가 미친 듯이 내리는 날 식당을 찾은 내가 반가워서 그랬는지 몰라도 한참을 내게 말을 걸던 아주머니는 동네 오빠가 찾아오자 드디어 내게서 관심을 끊었다.

난 천천히 밴댕이 식감을 느끼며 갖은 야채와의 조화로움을 만끽했다.

알마나 양이 많은지 하도 씹느라 턱이 다 아플 지경이라고 하면 조 웃기지 싶다.



그 많은 양을 다 해치웠다.

그래 봐야 10분 정도겠지만 아무튼 진짜 맛있어서 열심히 먹었다.

몇 년 전 친구들과 서울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와서 바로 옆집에서 먹었던 밴댕이회무침이 기억났다.

밴댕이야 이 집 다르고 저 집 다른 게 아니니 평을 한다는 게 어불성설인데 내가 실수로 추가 양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도 높은 맛을 낸 건 아마 푸짐한 인심 때문 아닐까 싶다.

가격이 비싸다고 느껴진다면 다시는 오지 않을 텐데 난 다시 갈 거라고 장담한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낮술 하러 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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