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사기라고 느껴지는 순간

이 오밤중에 벌어진 웃픈 팩폭

by 루파고

몇 년 동안 모 작가와 그의 블로그에서 조그만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 전 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브런치에 남겼다.

https://brunch.co.kr/@northalps/2341


그런데...

참...

한숨만 나오는 상황을 겪고야 말았다.

설마 했던, 혹시나 싶었던 상황이 벌어진 거다.

각기 다른 글에서 전혀 다른 문법을 쓰며 다양한 컬러를 보여 주변의 글 쓰는 사람들조차 설마 설마 하며 믿고 싶지 않았던, 어쩌면 인지하면서도 설마 아닐 거라며 부인하고 스스로 나를 속이며 살았던 것만 같은 미궁 속 허우적거림이 있었다.

그런데 늦은 시간 생각지도 않았던 실마리가 잡혔다.


https://brunch.co.kr/@northalps/871

커피 로스팅을 하는 최요한이란 분이 내게 매우 정중한 글로 '당신 글이 맞습니까?'라며 질문을 해온 것이다.

그 순간 난 설마 했던 상황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이상하다 싶었던 걸 순식간에 받아들인 것이다.

믿음이란 게 깨지며 뇌는 혼돈에 빠지고 말았다.

그의 시가 아니었다니...

그럼 다른 시들은?

의심을 품고 보니 많은 감정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같은 것들이다.

띄어쓰기도 글마다 다르고, 맞춤법도 글마다 다르고, 글마다 성격이 너무 달라 너무 이상했지만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난데... 나 자신을 두고 미련하고 멍청하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의심이 확인된 순간, 난 그의 글을 내 브런치 계정에서 몽땅 삭제했다.

물론 최요한 님의 글은 증거로 두기로 하고 삭제하지 않았다.

원작자인 최요한 님께는 혹시 모르니 내 브런치 게시물도 캡처해 두시라고 했다.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난 내가 쓴 글이 아니면 브런치에 올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글이라고 했던 시들이 맘이 들어 매번 허락을 받고 게시했다.

난 대체 누구의 허락을 받고 글을 게시한 걸까?

본인의 이름을 쓰는 게 싫다 하여 매번 '이무림'이라는 내가 작명한 가명으로 올렸다.

어처구니가 없다.

어떻게 남의 글을 자기 글인 양 그럴 수가 있을까?

더군다나 내 글을 훔쳐다 제 글인 양 출판까지 한 어떤 인간을 경멸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 말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직 발표하지 않은 소설엔 그가 자신의 시라고 했었던 시들을 활용했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한 것 아닌가...

이 충격을 대체 어디에 비유해야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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