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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와 머시기

by 루파고

전라도 완도 출신 후배와 진도 출신 후배가 있다.

둘은 서로 말이 잘 통하는 동기 사이다.

여럿이 있는 자리에선 표준어를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는데 둘이 있을 땐 아주 진한 전라도 사투리가 난무했다.

한 번은 둘이 대화하는 걸 듣다가 황당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둘의 대화는 이랬다.


"야. 거시기 뭐다냐. 거기 머시기 좀 갖다 줄라냐?"

"그랴!"

잠시 후 한 녀석이 물건 하나를 집어오는 걸 봤다.

고맙다고 했다.

세상에...

어떻게 거시기, 머시기로 대화가 통할 수 있단 말인가?


오래전 <황산벌>이란 영화에서도 '거시기'를 두고 신라군의 해석을 다루는 씬이 있었는데 이건 전라도 사람들을 제외하곤 어떤 사람도 해석할 수 없을 거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전라도 광주 출신 선배와 그에 관한 얘기를 나눴는데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 했다.

알겠는데 설명은 어렵다는 것이다.

'거시기'야 뭔가를 지칭하는 것이니 지정할 수 없는 지칭일 수 있는데 '머시기'는 자신도 도통 모르겠다는 거다.

느낌적으론 알겠는데 설명은 할 수 없다는데 뭔지는 안다는 건데...

이런 건 외국어로 어떻게 번역이 될까 싶다.

영화 <황산벌>이 해외로 수출됐다면 어떻게 번역하면 될까?

역시 언어는 정말 어려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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