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당근!
사무실을 울리는 이 맑고 우렁찬 소리!
몇 천 원부터 십만 원대까지 다양한 금액이고 몇 개는 무료 나눔이란 것도 해봤다.
중고로 물건을 판다는 행위는 새 물건을 파는 것보다 쉽긴 하더라만 사진을 찍어 설명하고 채팅을 하며 만남에 이르기까지 필수적인 번거로움을 이겨내야 했다.
그렇게 팔아 재낀 물건들은 무려 몇 십만 원을 넘기고 있다.
이젠 그만하기로 했지만 눈에 띈 안 쓰는 물건들은 주저 없이 당근 행이 되고 있다.
심지어는 다 읽은 책까지 팔아버릴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근놀이를 하면서 사람들은 대개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그런 친절한 사람이 된 경우도 없지 않다.
대체로 통장 이체를 하는 편이었지만 어떤 분은 봉투에 현금을 넣어 주시는 분도 있었다.
난 시간 약속에 까다로운 편이라 항상 일찍 나가서 기다리게 되는데 대개 시간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편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
무작정 가격을 깎는 사람도 있었고, 가격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물건을 거래함에 있어 사람들의 생각과 성향이 같지 않으니 나와 같을 순 없는 텐데, 내가 운이 좋았는지 몰라도 열 개 남짓 되는 거래 건수 중에 마음을 다치거나 상호 간에 불편했던 적은 없었다.
당분간 당근놀이를 하지 않겠지만 짧은 기간 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통해 세상은 아직 넘칠 정도로 따뜻하다는 걸 실감했다.
미니멀 라이프로 살아보겠다며 뭔가 사는 걸 주저하는 습관을 들였던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잡동사니를 소유하고 있었던 걸 인지하고 말았다.
비트코인 초창기, 프로그래밍으로 먹고살던 당시 동료들이 그걸 사라고 했었고,
난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속된 표현으로 '개무시'했었다.
같잖은 논리와 고집으로 귀를 닫고 살다가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코인에 투자를 시작했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투자는 투자인데, 쓰지 않던 물건을 팔아서 투자를 하니 마음은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