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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10. 2023

160. 입맛 까다로운 광주사람이 데려간 남양주 메이현

남양주 다산동은 신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 대단지 부영아파트가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다산동 일대는 대규모로 확장되기 시작했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상권이 깨나 형성되어 있었다.

사연이 있어 남양주에 반년 정도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한동안 떠나 있다가 선배를 만나러 다시 가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신도시가 실제로 상권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는 데는 짧으면 5년, 길면 20년도 걸리는 편인데 다산동은 빠른 공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했다.


남양주에 사는 선배는 전라남도 광주에서 나고 자라 학교까지 몽땅 광주에서 나온 말 그대로 남도 사람이다.

입맛 까다롭기는 아주 극을 달릴 정도라, 오래전 양평에 있는 양평신내서울해장국에 데려갔더니 냄새가 난다며 숟가락을 내려놓던 사람이다.

아무래도 취향이란 게 있기 마련이지만 선배는 말했다.

전라도에 맛집이 많긴 하지만 수도권 식당들은 대개 평타는 한다는 의견이다.

그런 인간이 데려간 남양주 다산동의 메이현이라는 중국집.

긴가민가 하며 따라 다녀왔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식당인데 간판에 일관성이 없다.

업자 잘못일 수도 있겠지만 디자인 감각은 상당히 떨어지는 느낌이다.



'오늘의 요리'를 운영한다는 건 요리에 철학이 있다는 건 반증한다고 해도 될까?

오룡해삼...

이걸 사주려나 싶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짠차이가 나온 걸 보면 정통 중국요리를 표방하는 건가 싶었다.

빨간 김치가 아닌 백김치를 내놓은 것만 봐도 김치까지 직접 담가 쓰는 식당인가 보다.


선배는 대뜸 탕수육과 짬뽕을 주문했다.

여긴 독특하게도 탕수육을 1인분 기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가격표를 촬영하지 않았는데, 요즘 시골 노포 중국집을 주로 다니다 보니 1만 원이 넘는 짬뽕이나 짜장면 가격엔 선뜻 주머니를 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최근 부산, 밀양, 충주, 문경, 상주 등 경상권과 충청권의 중국집에서 5~7천 원대 가격에 길들여진 탓이다.



탕수육에 들어간 파인애플이 큼직하다.

2인분을 주문한 건데 양은 딱히 많지는 않다.

고기도 큼직해서 한입에 넣기엔 조금 부담스럽다.

소스는 많이 달지 않아 술안주로 딱이다.

난 운전을 해서 돌아와야 하는 고로, 소주잔에 사이다를 마셨다.

그 맛도 나쁘지 않았다.



메이현은 탕수육보다 짬뽕이 괜찮은 것 같았다.

국물이 묽은 편이라 칼칼한 맛이 깔끔하다.

바지락도 큼직한 녀석을 쓰는 걸 보니 좋은 재료를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이즈가 크지 않은 가리비와 키조개 관자가 들어가 있다.

이것 때문에 1~2천 원 더 비싸게 받는 거라면 가격을 인정해 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던 상원이라는 중국집이 기억나는 건 뭘까?

정말 아쉬운 식당인데...



면발은 탱탱하다.

면발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하기에 뭐라고 선을 그을 수는 없지만 메이현 짬뽕의 면발엔 딱히 영혼은 없다.

하지만 짬뽕하면 국물 아닌가?



역시 몽땅 비우고 말았다.

사이다를 반주로 삼아 짬뽕을 먹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소주 한잔 하러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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