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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디테일이 없어!

by 루파고

나도 알고 있었다.

내 소설에 대고 '네 글은 섬세하지가 못해서 공감력이 떨어진다'라고 했다.

하지만 난 듣고만 있었다.

척도가 없는 분야이기에 가늠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인 글쓰기.

생각을 문자로 옮긴 것일 뿐인 그저 글쓰기.

그런데 '디테일'이란 영어 단어에 자꾸 나를 옭아 넣는 느낌이 없진 않다.

자기 전문 분야에 충실해도 누군가의 시선에선 아마추어처럼 보일 수 있긴 할 거다.

그 역시 척도가 없고, 앎이란 건 끝이 없는 거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디테일이 없다'는 말에 꽂히고 말았다.

정말 좋은 글은 공부와 고민의 깊이에서 결정된다고 나 역시 느낀 바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거의 일 년 넘게 소설을 못 쓰고 있었는데, 요 며칠 심장에 불을 지르는 사람들이 있어 멈췄던 엔진에 털털털 시동을 거는 느낌이다.

십 년 이상 사용하지 않아 방치된 녹슨 경운기의 시동 페달에 힘겹게 발길질하는 느낌이랄까?

수십 번 수백 번 발길질해도 시동이 걸리지 않을 순 있겠지만 작정했으니 가 보련다.

행여 이미 엔진 자체가 소생 불가능하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난 아직 쓸 만하니까!'라고 소심하게 용기를 주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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