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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캠핑이지!

제주도 종달리 하도 해수욕장

by 루파고

지난여름엔 제주도에 올 수 없었다.

다행히 이번 추석은 긴 연휴기간이라 여유 있게 다녀올 수 있어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고기를 구워도 밖에서 굽는 게 맛있으니 이왕 하는 거 캠핑을 가기로 작정한 거다.

캠핑 장비라고 해 봐야 던지면 펴지는 팝업 텐트, 그늘이 필요하다 싶어 구입한 싸구려 타프, 10년 전에 구입한 콜맨 원액션 테이블,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구입해서 짝이 다른 릴랙스체어, 고기는 불맛이라며 구입해 간간히 제주 해변에서 고기를 굽던 화로대가 전부라 제대로 된 캠핑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서귀포 이마트에서 산 살치살 등 육류를 챙긴 후 이불과 베개를 차에 쑤셔 넣었다.

엄마 냉장고에서 캠핑용이다 싶을 만한 먹을 것들을 꺼내 차에 싣고 종달리 하도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주말이면 캠핑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걱정스러웠는데 텐트 두 동이 설치되어 있어 다행.

릴랙스체어를 펴고 타프를 쳤지만 이미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이라 그늘을 만들기는 역부족이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바다를 앞에 두고 힐링 시작!



벌써 가을인데 수온도 높고 볕이 따가워 해수욕을 즐기는 아이들이 많았다.

배 나온 뒤로 물에 몸을 담그는 행위를 기피한 지라 딱히 부럽진 않았다.



캠핑이 뭐 대단한 게 있나?

아직 텐트를 설치하진 않았지만 너른 잔디 위에 대충 던지듯 펼친 사이트가 나쁘진 않다.

해가 저물고 등 뒤의 태양이 우도에 남은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었다.

해가 지기도 전에 보름을 하루 앞둔 달이 바다 위로 두둥!

우도 위로 번쩍 솟은 달빛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고기를 구울 시간이 온 거다.

소갈빗살로 시작이다.

잔디 보전을 위해 화로 밑에 재받침을 깔아 두었다.

바다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너무 예쁘다.



해의 기운은 소멸되고

달의 기운은 차올랐다.

소원을 빌기엔 하루 앞선 시간이라...


달빛에 출렁이는 바다는 만조를 앞두고 있었다.

소고기를 다 해치우고 돼지고기 목살을 굽기 시작했다.

역시 소로 시작해 돼지로 가면 입맛이 좀 안타깝다.

다행히 청귤을 구워 함께 먹으니 다행이다.



평소에도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지만 멋진 풍광을 앞에 두고 마시니 취기는 오르지 않았다.

사진엔 없지만 냉동실에서 꺼내 온 전복을 구워 버터구이를 만들어 먹었는데 캠핑용 메뉴로 딱 좋은 것 같다.

그보다 정말 맛있는 건 라면!

진정 캠핑엔 라면을 따라갈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제주도에도 캠핑 용품을 제대로 갖춰 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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