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가 적은 우리 가족은 명절의 즐거움을 잘 모른다.
몇 되지도 않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잡다한 이유로 잘 모이지 못하는 편이라 명절에 모이는 것만 해도 감사함을 느낀다.
이번 추석 당일에도 역시 평년과 다를 바 없는 스케줄이 이어졌다.
채집을 좋아하는 엄마를 따라 항상 새로운 채집거리를 찾아다녔었는데 이번엔 종목을 바꿔서 동백 씨와 바지락 사냥에 나섰다.
예전엔 동백 씨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동백기름에 요리를 하면서 동백기름에 애착을 가지기 시작했다.
시중에서 구입해서 쓴다면 너무 비싼 가격이라 동백기름을 여유 있게 쓸 수 없겠지만 이유 있는 노동을 재미 삼아하면 저렴한 가격에 동백기름을 쓸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추석 당일엔 동백 씨 채집에 나섰다.
동네 골목을 누비고 누비다 가로수로 동백을 심은 도로를 발견하고 동백 씨를 줍기 시작했다.
바퀴에 깔려 떡이 된 씨앗들이 안타까웠다.
두 시간 가까이 동백 씨 줍기에 혈안이 되어 좀비가 되어가던 중 바지락 캐러 갈 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걸 인지하고 작업을 멈췄다.
하마터면 바지락은 구경도 못할 뻔했다.
동백 씨를 차에 싣고 다시 차를 몰았다.
비밀의 장소라 공유는 하지 않으련다.
오조리 갯벌은 이미 워낙 유명한 곳이 되어 씨가 말랐다.
게다가 사이즈도 너무 작아 잡기도 마음이 불편하다.
두 시간 정도 작업해서 이만큼 잡았다.
몇 년 전에 안면도에서 캤던 바지락은 500원짜리 동전보다 컸었는데 자꾸 그 녀석들이 눈에 밟힌다.
어쨌거나 제주도에서 이런 바지락을 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집에서 바로 해감 시작이다.
제발 맛있기를... ㅎㅎ
내일은 또 뭘 잡으러 가려나...
가족과 함께 하는 이런 노동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