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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Oct 21. 2023

수술 없이 치질 자가 치유기

나의 치질은 습관에서 비롯됐다.

처음 변기에 가득한 피를 보고 병이 걸렸나 싶어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황급히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치질이란 걸 알게 됐다.

치질의 원인과 치료법을 검색하니 대개 시술이나 수술 혹은 투약 및 연고 등의 방법이 있었다.

수술을 피할 생각으로 투약 및 연고를 채택했고 지속적인 행위를 지속해야 하는 문제로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초반엔 과한 음주 때문인가 싶었는데 원인을 알고 나니 의외로 치유법은 간단했다.

나와 비슷한 원인으로 치질을 얻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별 것 아닌 치유 경험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치질을 앓게 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잘못된 화장실 습관 때문이었다.

이젠 집에 화장실 두 개 이상이 기본이고 식구가 많지 않아 화장실 쓰는 데 여유가 생겼지만 불과 이삼십 년 전만 해도 아침이면 화장실 전쟁이었다.

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오래 지킬 수 없던 시절이었는데 화장실에 신문이나 읽을거리를 지참하고 들어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런 습관을 가진 아버지들도 치질에 걸렸을 가능성이 없다.

죽음을 앞둔 사람은 항문에 힘이 빠져서 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변을 보며 다른 행위에 집중하면 항문에서 힘이 빠진다.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된 요즘, 느긋하게 향기를 느끼며 변을 보는 현대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마트폰 속에 정신을 놓고 항문에 힘이 빠진 것도 의식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항문이 돌출되는 상황을 맞게 되고 치질은 시작되는 거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인 덕에 치질을 얻었다.

특히 글을 쓰다 보면 과도한 집중을 하게 되고 심지어 한 시간 가까이 변기에 앉아 있었던 적도 몇 번 있었다.

이삼십 분 정도는 일상이었는데 난 이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침으로 해서 치질을 고칠 수 있었다.


나의 자가치유법은 이러했다.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는 습관을 고친 후 변을 보는 데 집중했다.

항문에 힘을 주며 돌출된 항문에 신경을 썼다.

그렇게 불과 일주일 정도 걸렸을까?

항문이 돌출 정도가 줄어들더니 한 달 정도 되어선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치유가 됐다고 안정을 한 나는 다시 화장실 갈 때 스마트폰을 지참하게 됐는다.

나도 모르게 다른 데 집중하다 보면 약간의 피를 보곤 했다.

역시 결론은 이거다.


똥 쌀 땐 똥만 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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