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추억소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Oct 29. 2019

'추억'을 잇다

부모와 자식은 추억을 대물림하는 연결선 위에 있다.

언젠가 아이를 키운다는 건 부모가 그의 부모에게서 받은 추억을 물려주는 것이라는 표현을 본 기억이 있다.


아랍문화권에는 이름에 성이 없다고 들었다.

이름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한다.


<할아버지 이름-아버지 이름-내 이름>


어머니나 할머니의 이름이 빠져있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전통에 따른 것이니 따지지 않고 넘어간다.

아무튼 이런 구조의 이름을 보면 아랍에서는 할아버지까지의 기억을 물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비유가 부모-자식 간의 추억을 물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게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따지면 골 아프니...... ^^


새벽녘에 SNS 메시지에 잠이 달아나 누운 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추억의 대물림'이라는 소재에 생각이 꽂다.

연상에 연상이 이어지며 추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그들의 추억을 내게 이어주었다.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가는 중일 것이다.


나는 11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와의 추억은 많이 담아내지 못했다.

아버지는 많은 추억을 물림 하셨겠지만 어린 나는 담아낼 그릇이 변변치 않았다.

꺼내려해도 영원히 꺼낼 수 없는 유년기의 추억은 대부분 잊혔고 아쉬움이라는 느낌으로만 남았다.

그래도 내겐 아직 어머니가 건강하게 계시니 그분의 추억을 많이 물려받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내 나이 한 살 먹는 속도와 부모님이 한 해 나이 들어 가시는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차이가 클 것 같다.

그 차이를 메꿀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그건 아마도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대화가 아닐까 싶다.


2019년도 이제 기껏 두 달 남았다.

올 해가 가기 전 부모님이 내게 남겨 주신 추억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면 좋겠다.

매년 어버이날이나 되어야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며 다짐하면서도 생각처럼 살지 못하는 게 자식의 모습인가?

인류가 그렇게 오랜 세대를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의 대화는 언제나 부족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 썼던 시가 다시 기억난다.

어버이날이나 되어야 떠올리던 녀석인데 이 글에 빗대어 가장 잘 어울리는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https://brunch.co.kr/@northalps/140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의 흔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